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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건강 지도]
<11> 1인 가구 늘며 건강식 기준 변화

12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다양한 종류의‘신라면’제품이 빼곡히 진열돼 있다.농심은 2019년 튀기지 않은‘신라면 건면‘에 이어 2022년 저칼로리’누들핏’을 출시했다.이에 따라 최근 건강식으로 라면
12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다양한 종류의‘신라면’제품이 빼곡히 진열돼 있다.농심은 2019년 튀기지 않은‘신라면 건면‘에 이어 2022년 저칼로리’누들핏’을 출시했다.이에 따라 최근 건강식으로 라면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김지호 기자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과 조선일보가 공동으로 성인 1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 건강 기여도(지수) 조사에서‘건강한 식품’에 대한 한국인의 기준이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과거에는 두부·콩나물 같은 신선한 식재료나 김치·된장 등 전통 식품이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강했다.하지만 최근 들어 라면·간편식처럼 손쉽게 한 끼를 해결하면서도 칼로리와 당·지방 등을 줄인 식품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이가 많아졌다.1인 가구가 늘고 식생활이 간편식 중심으로 바뀌면서‘무엇을 먹느냐’뿐 아니라‘얼마나 간편하게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느냐’가 식품을 고르는 새로운 기준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과 조선일보는 지난해 6~7월 기업 건강 기여도를 조사하고 이후 분석을 진행했다.19세 이상 성인 1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조사에서 농심은 10점 만점에 5.56점을 받아 식품 기업 22곳 중 1위를 했다.이어 오뚜기(5.49점),동서식품(5.24점),칼라미티 소환수 슬롯오리온(5.16점),온라인판매 사업자매일유업(5.12점),전통 도박동원F&B(5.04점) 순이었다.

이 기업들은 라면·간편식·믹스커피·과자·통조림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식품을 주로 생산한다.농심은 신라면과 짜파게티,오뚜기는 3분카레와 진라면·오뚜기밥 등이 대표 제품이다.일반적으로‘건강식’으로 꼽히기보다는 간편하게 끼니를 해결하는 즉석식품으로 분류된 제품들이다.그런데도 소비자 건강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 이동찬 연구원은 “전통적인 가족 구조가 해체되고,1인 가구가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는 2021년 717만 가구에서 2025년 824만 가구로 늘었다.전체 가구의 36.6%다.1인 가구 비율은 2021년 33.4%에서 2022년 34.5%,2023년 35.5%,2024년 36.1%로 매년 높아지고 있다.혼자 사는 사람이 늘면서 식재료를 사서 요리해 먹기보다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식품에 대한 가치 평가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식품 기업들도 이런 변화에 맞춰 칼로리와 당·지방을 줄이거나 단백질을 보강한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식품 기업들은 지난해 전체 1인 가구 중 34.4%를 차지한 20·30대를 겨냥한 제품도 많이 내놓고 있다.간편함은 유지하면서 건강 부담을 낮춘 제품이다.

그래픽=박상훈
그래픽=박상훈

농심은 2019년 신라면‘건면(乾麵·튀기지 않은 면)’을 출시한 데 이어 2022년 저칼로리 컵라면‘누들핏’을 내놓으며 건강식품 제품군을 확대했다.칼로리나 지방 함량을 낮춘 제품이 잇따라 나오면서‘라면은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이 옅어진 측면이 있다.이에 따라 제품에 따라서는 건강을 챙기면서 라면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으로 서울대 연구팀은 분석했다.오뚜기는 지난해 저당·저칼로리·저지방 제품군을 따로 만들어 저칼로리 간편식과 케첩 등을 선보였다.동서식품은 지난해 초 무당(無糖) 믹스커피를 출시했다.

과자 회사로 알려진 오리온이 식품 기업 가운데 4위에 오른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분석할 수 있다.오리온은 2018년 옥수수 압착 제품인 콘플레이크 중심이던 국내 시리얼 시장에 통곡물을 활용한 그래놀라 제품을 내놨다.2019년에는‘닥터유 단백질바’를 출시해 당시 수입 제품 위주였던 국내 단백질바 시장을 공략했다.오리온 관계자는 “과거에는 간편식과 건강식품 사이 경계가 비교적 뚜렷했지만,이젠 경계가 흐려졌다”고 했다.이번 조사 결과에는 이런 변화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직장인 최모(30)씨는 퇴근하면 헬스장으로 직행해 2시간 가까이 운동할 정도로 몸 관리에 신경 쓴다.그런 최씨는 2년 전부터 라면을 다시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최씨는 그전까지는 칼로리가 높아 몸 관리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에 라면을 입에 대지 않았다.하지만 기름에 튀기지 않은 건면 제품은 칼로리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을 알고 자주 먹는다고 한다.최씨는 “건면은 일반 라면과 맛은 비슷한데 칼로리는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어 부담이 덜하다”고 했다.

농심과 오뚜기,동서식품 등이 60년 안팎 업력을 이어와 소비자가 친숙하게 느끼는 점도‘건강한 식품’기업 평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농심 관계자는 “농심 라면은 많은 소비자에게 어릴 적 부모님이 외출하셨을 때나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엔 돈이 부족할 때 끼니를 해결해 준 제품으로 기억되고 있다”며 “‘나를 먹여 살린 기업’이라는 인식도 높은 순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고 했다.윤영호(서울대 의대 교수)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장은 “기업이 무엇을 생산하느냐도 중요하지만,얼마나 오랫동안 소비자와 긍정적인 관계를 맺으며 삶의 만족감 향상에 도움을 줬는지도 건강 기여도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바른 먹거리’를 표방하며 두부·콩나물 등 가공하지 않은 원물(原物) 식재료를 대표 먹거리로 판매해 온 풀무원은 22개 기업 중 9위였다.김치와 고추장·된장 등을 주로 생산하는 대상은 11위였다.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은 “1인 가구 증가로 집에서 직접 요리하는 경우가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두부·콩나물이나 김치·장류처럼 직접 밥상을 차릴 때 주로 찾는 식품은 간편식과 비교해 소비자와 접점이 상대적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아워홈·삼성웰스토리·CJ프레시웨이 등 급식업체는 대부분 하위권에 머물렀다.급식이나 구내식당에서 먹는 식사가 상대적으로 균형 잡힌‘제대로 된 한 끼’라는 통념과는 다른 결과다.기업 간 거래(B2B)가 중심인 급식업체는 소비자가 기업 브랜드를 직접 인식하거나 접할 기회가 적다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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