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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돕기위해 쓰이던 인공지능(AI) 도구가,인간을 해치는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내 일을 알아서 척척 대신 해주던 AI 에이전트가 거꾸로 나의 가장 약한 고리가 돼 해킹 통로가 되는가 하면,보안을 돕던 AI가 해커의 손에 들어간 회사 시스템을 뚫으려는 시도까지 나오고 있다.편리함을 위해 AI에 공유했던 업무와 정보가,양방배팅 계산기날카롭게 벼려진 칼날이 되어 다시 인간을 겨누고 있다.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7~30일 사이 신한은행·KB국민은행·하나은행·BNK부산은행과 예가람저축은행·웰컴저출은행·현대캐피탈 등 7개 금융사에서 외부 침입으로 정보가 유출됐다.이 사이버 공격 중 은행권 대상 사이버 공격에는 동일한 인터넷주소(IP)가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후 침해위협 대응 전금융권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주요 시중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캐피탈 등 여러 업권에서 침해사고가 단기간에 다수 발견되고 있다”며 “AI를 활용한 공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해외 공격자 IP를 클라우드 사업자에 제공 후 차단 조치를 요청하는 등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4일 금융당국은 지난달 27~30일 사이 신한은행·KB국민은행·하나은행·BNK부산은행과 예가람저축은행·웰컴저출은행·현대캐피탈 등 7개 금융사에서 외부 침입으로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연합뉴스
4일 금융당국은 지난달 27~30일 사이 신한은행·KB국민은행·하나은행·BNK부산은행과 예가람저축은행·웰컴저출은행·현대캐피탈 등 7개 금융사에서 외부 침입으로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연합뉴스

KB국민은행의 이번 침해사고 보고서에 따르면,공격은‘RM(기업금융) 에이전트’와‘PB(프라이빗 뱅커) 에이전트’를 통해 이뤄졌다.두 AI에이전트는 직원들이 업무에 이용하는 AI 기반 모바일 지원 서비스다.은행이 이상징후를 포착한 건 공격이 끝나고도 하루가 지나서였다.KB국민은행 뿐만 아니라 현대캐피탈,예가람저축은행 등 보안 투자를 많이 하는 업권으로 꼽히는 금융권 전반에서 정보 유출이 잇따랐다.

이번 금융권 해킹의 공통점은 망분리로 묶인 핵심 금융거래 시스템이 아니라,외부 인터넷과 맞닿은‘DMZ 구간’을 노렸다는 점이다.DMZ 구간은 외부 인터넷과 핵심 정보가 저장된 내부망 사이에 있는 공간으로,외부에서 접속이 가능하다.보안이 철저한 정문 대신 경비가 허술한 옆문을 두드린 셈이다.신한은행에선 공격자가 대출모집인이 쓰는 모바일 홈페이지에 서비스 코드와 고객번호를 무작위로 대입해 정보를 빼냈고,은행이 해당 인터넷주소(IP)를 막을 때마다 다른 나라 IP로 바꿔가며 공격을 이어갔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보안업계에선 신한은행 공격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서버에서‘ARTEX(AI 자율 침투테스트 콘솔)’라는 문자열이 발견된 점을 주목하고 있다.ARTEX는 AI모델·데이터 공유플랫폼 깃허브에 오픈소스로 공개된 AI 도구로,정보 수집부터 취약점 탐색,공격 경로 계획,보안 도구 실행까지 스스로 해내는 툴이다.본래 기업이 자기 시스템의 허점을 점검하라고 만든 AI도구다.문종현 지니언스 시큐리티센터장은 “허가된 보안 검증 환경에선 효율적인 침투테스트 도구로 활용될 수 있지만,공격자가 이를 악용할 경우 실제 사이버 공격의 자동화와 효율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AI에이전트 활용으로 해킹의 양과 질도 달라졌다.지금까지 해킹은 한 곳을 깊게 파고들거나(표적형),여러 곳을 넓게 훑는 방식 중 하나였다.그러나 이제는 AI 에이전트를 이용해 표적형 수준의 공격을 수백 곳에 동시에 벌이는 게 가능해졌다.아직은 사람이 단계마다 지시를 내리는 수준이지만 진화 속도는 빠르다.영국 AI보안연구소(AISI)가 32단계로 된 기업 네트워크 공격 임무를 AI에이전트에 맡긴 결과,2024년 8월 당시 최고 모델은 1.7단계 통과에 그쳤지만 올해 초 앤트로픽‘오퍼스 4.6’은 평균 9.8단계를 통과했다.AI가 발전하면서 동시에 사이버 침해 사고도 늘고 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침해사고 신고는 1236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19.5% 늘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AI 에이전트를 앞세운 공격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금융보안원 금융AI보안연구소는 지난달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국내 금융사를 노린 실제 공격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공격자는 딥시크 기반 AI 에이전트에게 금융사가 쓰는 오라클 웹로직(홈페이지·앱을 돌리는 서버 프로그램) 자산을 스캔하라고 지시한 뒤,국내외 300여개 금융회사를 공격했다.취약한 시스템에는 원격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심었고,이를 발판 삼아 내부의 다른 정보까지 탐색했다.이 경우는 외부에서 악성코드를 내려받으려는 단계에서 탐지돼 정보 유출 전 차단됐지만,AI를 통해 침투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사례다.

해외에선 AI가 공격을 직접 실행하는 사례도 나온다.앤트로픽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정부 배후로 추정되는 해킹 그룹(GTG-1002)은 지난해‘클로드 코드’를 악용해 금융기관 등 전 세계 약 30곳을 공격했다.정찰부터 취약점 탐색,침투,데이터 수집까지 작업의 80~90%를 AI가 수행했고,사람은 캠페인당 4~6번 승인 결정만 내렸다.지난 7월엔 오픈AI 모델 기반 에이전트가 테스트 환경을 벗어나 허깅페이스 서버에 스스로 침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구글 보안 자회사 맨디언트는 올해 2월 북한 연계 해킹조직 UNC1069가 가상자산 분야 핀테크 업체를 침해한 사건도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외부와 연결된 접점을 먼저 찾아내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국민은행 사례처럼,사내에서 사용되는 수많은 AI 에이전트를 먼저 식별해야 한다는 것이다.한 빅테크의 보안 담당 임원은 “사람에게 사원증과 개별 권한을 부여하는 것처럼,에이전트에게도 식별 번호와 접근 권한을 부여하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또,AI 공격은 한번 들어오면 내부 시스템 전체로 빠르게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제로 트러스트’관점에서 보안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임종인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룰 베이스가 아닌 AI가 전문가처럼 판단해 실시간 차단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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