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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된 신화] 영화에선 신들이 사건에 개입하지 않는다!
● 원작은 고대 시인 호메로스의 서사시‘오디세이아’
● 방대한 원작,영화로 다루지 못한 내용 수두룩
● 신화처럼 신이 사건 주도하면 스토리 개연성 떨어져
● 감독이 던지는 고도의 비유적 반전·평화 메시지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의 서사시‘오디세이아’를 원작으로 한 영화‘오디세이.유니버셜 픽쳐스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오디세이’의 원작은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의 서사시‘오디세이아(Odysseia)’다‘오디세이아’의 영어식 이름이‘오디세이(Odyssey)’다.오디세이아는‘오디세우스의 이야기’라는 뜻으로,트로이전쟁이 끝난 후 이타카섬의 왕 오디세우스가 귀향하면서 10년 동안 겪은 갖가지 신비한 모험담을 엮은 것이다‘일리아스’와 함께 서양 고전의 원조이자 그리스 신화의 원전이다.
오디세우스의 이름은 외할아버지 아우톨리코스가 작명한 것으로‘화난 자’라는 뜻이다.그는 당시 무슨 이유에서인지 화가 많이 나 있었기에 외손자에게 그런 이름을 지어준다.오디세우스의 영어식 이름은 로마식 이름‘울릭세스(Ulixes)’에서 유래한‘율리시스(Ulysses)’다.그런데 놀런 감독은 영화 제목은 오디세이라고 하고,웬일인지 주인공 이름은 율리시스가 아닌 오디세우스를 택한다.
영화 첫 무대는 원작과 달리 오디세우스가 모험을 벌이는 바다가 아니라 그가 20년 동안이나 자리를 비운 궁전이다.오디세우스가 죽었다고 지레짐작한 108명이나 되는 이타카섬의 귀족 청년들이 날마다 궁전을 찾아와 잔치를 벌이며 왕비 페넬로페에게 결혼해 달라고 치근댄다.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의 아들 텔레마코스는 집에 찾아온 손님은 환대해야 한다는 관습에 묶여 그들을 함부로 쫓아낼 수 없다.
페넬로페는 구혼자들에게 시아버지 라에르테스의 수의를 다 짜면 결심하겠다며 낮에는 짜고 밤에는 푸는 지연작전을 펼치며 그들의 등쌀을 견뎌낸다.하지만 구혼자들의 수장 안티노오스와 놀아나던 불충한 시녀 멜란토가 고자질하는 바람에 속임수가 들통나 이제 조만간 남편감을 선택해야 한다.이 이야기에서‘페넬로페의 베짜기’라는 관용구가 유래했다.그것은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일을 뜻한다.
원작과 달리 미미해진 여신 아테나의 역할
영화에서 오디세우스가 가장 강력한 귀향 의지를 보이는 장면은 요정 칼립소가 잡아 온 물고기를 먹으며 나눈 대화다.이때 칼립소가 오디세우스에게 이 모든 걸 영원히 누릴 수 있다고 말하자 그는 그녀에게 영원한 건 신의 몫이라며 신이냐고 묻는다.칼립소가 대답 대신 자신이 신이면 떠나지 않을 거냐고 묻자 오디세우스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대답한다.
원작에서도 칼립소는 오디세우스가 섬을 떠나기 직전 마지막으로 한번 설득해 볼 요량으로 그에게 장차 바다에서 엄청난 폭풍우를 만나 큰 고초를 당하고 나서야 비로소 영생을 누리며 자신과 함께 살지 않은 걸 후회할 거라며 은근히 겁을 준다.이어 도대체 페넬로페가 자신보다 얼마나 더 아름답기에 그렇게 떠나려고만 하는지 묻는다.그러자 오디세우스는 정색하며 필멸하는 자기 아내는 모든 면에서 불멸하는 그녀와 결코 견줄 수 없지만,그래도 자신은 어떤 고난이 닥쳐오더라도 반드시 고향에 돌아가고 말 것이라고 대답한다.
영화 맨 처음에 등장해 마치 현대의 래퍼처럼 지팡이로 박자를 맞추며 트로이를 함락시킨 오디세우스의 지략을 노래하는 음유시인은 원작에서 구혼자들이 잔치를 벌일 때 여흥을 돋구어주던 음유시인 페미오스를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하지만 영화는 2800여 년 전 원작과 내내 똑같을 순 없다.영화는 원작에 대한 놀런 감독의 현대적 해석이기 때문이다.영화는 과연 원작과 어떤 점이 다를까.
등장인물 역할과 모습,사건 내용도 바뀌어
첫째,영화에서는 신이 사건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신화를 믿지 않는 현대에 신이 사건을 주도하면 개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가령 원작에서는‘바다의 신’포세이돈이 외눈박이 아들 폴리페모스의 눈을 못 쓰게 한 오디세우스에게 분노해 엄청난 폭풍우를 일으켜 그의 귀향을 방해한다.하지만 영화에서는 폴리페모스가 오디세우스에게 눈을 잃은 직후 아버지 포세이돈의 이름을 부르며 복수를 간청할 뿐이다.
원작에서는‘지혜와 전쟁의 여신’아테나가 인간으로 변신하고 텔레마코스를 만나 필로스의 왕 네스토르와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를 찾아가 아버지의 행방을 물어보라고 충고한다.하지만 영화에서는 텔레마코스가 스스로 메넬라오스를 찾아가고,필로스에는 네스토르 궁전 대신 아테나 신전이 있다.
또한 원작에서 아테나는 이타카섬에 도착한 오디세우스를 아내의 구혼자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거지 노인으로 변신시킨다.하지만 영화에서 오디세우스는 지하 세계에서 만난 그리스군 총사령관 아가멤논의 충고를 듣고 스스로 거지 노인으로 변장한다.이때 아가멤논은 오디세우스에게 자신처럼 방심했다가 아내에게 살해당하지 말고 변장하고 들어가 상황을 지켜보라고 조언한다.
원작에서 아테나의 역할은 아주 크다.여신은 오디세우스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직접 나타나 그를 도와준다.하지만 영화에서 아테나의 역할은 아주 미미하다.가끔 환영처럼 나타나더라도 원망하는 표정으로 조용히 오디세우스의 넋두리를 들으며 대화를 나눌 뿐이다.마치 트로이 함락 당시 자신의 신전에 난입해 신상과 여사제의 목을 친 그리스군을 책망하는 듯하다.원작에서 아테나는 자신의 신전에 숨어서 신상을 붙들고 목숨을 간청하던 트로이의 공주 카산드라의 머리채를 잡고 끌고 나와 겁탈한 작은 아이아스에게 분노해 귀향 중 그를 죽인다.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을 돼지로 변신시키는 키르케,W 히스 로빈슨,1910.위키미디어 커먼스원작에서는‘전령의 신’헤르메스가 오디세우스에게 나타나 마녀 키르케를 제압할 방법을 일러준다.하지만 영화에서는 오디세우스가 새장에 갇힌 까마귀를 활용해 키르케를 제압한다.원작에서 키르케는 궁전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먼저 약을 탄 음료수를 건네고 마법 지팡이를 몸에 댄 다음 주문을 외워 동물로 변신시킨다.오디세우스의 부하들도 똑같은 방식으로 돼지로 변신시킨다.하지만 영화에서 키르케는 자신이 건넨 음식을 먹고 정신이 혼미해진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을 마치 도기를 빚듯 손으로 어루만져 돼지로 만들어버린다.
원작에서는 제우스가 7년 동안이나 오디세우스를 붙들고 있던 칼립소에게 헤르메스를 보내 그를 고향으로 보내주라고 명령한다.하지만 영화에서는 사랑에 빠진 칼립소가 자신의 정성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자나 깨나 집에 돌아갈 궁리만 하는 오디세우스에게 실망해 결국 그를 떠나보낸다.
둘째,등장인물의 역할이나 모습뿐 아니라 사건의 내용 등이 바뀌었다.가령 오디세우스를 배반하고 구혼자들 편에 선 멜란티오스가 원작에서는 염소치기지만,영화에서는 소몰이로 나온다.에우마이오스도 원작에서는 궁전 밖 농장에서 돼지를 키우지만,영화에서는 시각장애인으로 돼지치기이자 동시에 궁전 집사다.
영화에서 오디세우스의 함선은 세 척이다.하지만 원작에서 오디세우스가 트로이에서 끌고 온 함선은 이타카섬에서 트로이로 올 때처럼 총 열두 척이다.그는 그중 열한 척을 라이스트리고네스라는 식인 거인족의 나라에서 잃는다.원작에서 오디세우스는 그 나라에 상륙하지도 않는다.예감이 좋지 않아 마치 천연 요새처럼 양쪽으로 길게 높은 절벽으로 둘러싸인 항구로 들어가지 않아 결국 그의 함선만 살아남는다.
유모 에우리클레이아가 거지 노인의 발을 씻겨주다가 오디세우스임을 알아보는 흉터도 원작에서는 어릴 적 외가에 놀러 갔을 때 삼촌들과 사냥하다가 멧돼지의 엄니(tusk)에 받혀 허벅지에 생기는데,영화에서는 트로이로 떠나기 전 이타카섬에서 사냥하다가 발목에 생긴다.구혼자들의 수장 안티노오스 대신 트로이전쟁에 참전하는 시논도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고,베르길리우스의‘아이네이스’나 현재는 소실돼 내용만 전승돼 오는 다른 서사시에 나오는 인물이다.
시논은 오디세우스로부터 트로이군이 목마를 안심하고 성안으로 들여놓게 하라는 밀명을 받고 트로이 해안에 잔류한다.그는 영화에서처럼 트로이군에게 목마가 그리스군이 안전 귀향을 바라며 아테나에게 바치는 제물이라고만 말해 주는 게 아니다.목마를 거대하게 만든 것은 그게 성안으로 들어가면 장차 트로이는 난공불락이 된다는 신탁 때문이었다는 말도 전하면서 은근히 성안으로 가져가도록 유도한다.게다가 그는 영화에서처럼 트로이군의 창을 맞고 죽지도 않고 계속 살아남아 목마 안에 숨어 있는 그리스군에게 밖으로 나올 시점도 알려준다.
영화에서는 목마가 해안에 비스듬하게 반쯤 박혀 있고,트로이군은 창으로 목마 여기저기를 찔러보아 안에 누가 있는지 확인한다.그때 목마 안에서 창에 찔린 그리스 정예군 하나가 비명을 지르려 하자 함께 숨어 있던 오디세우스가 필사적으로 입을 틀어막는다.그러자 그 안에 아무도 없다고 확신한 트로이군은 논란 끝에 시민들과 함께 목마를 성안으로 끌고 간다.
원작에서 목마는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가 자신을 찾아온 텔레마코스에게 트로이에서의 오디세우스의 활약을 칭찬할 때 언급된다.당시 오디세우스와 함께 목마 안에 숨어 있었던 메넬라오스에 따르면 이때 목마는 이미 성안으로 옮겨져 있고,헬레네가 파리스 전사 후 얻은 새 남편 데이포보스의 부탁으로 마치 목마 안에 숨어 있을 것처럼 보이는 그리스군 장수 아내의 목소리를 흉내 내어 남편 이름을 부르자 누군가 깜박 속아 대답하려 한다.하지만 오디세우스가 적시에 그의 입을 틀어막아 그리스 정예군은 가까스로 발각당할 위기를 넘긴다.
영화에서 텔레마코스를 암살하려는 도둑들의 우두머리로 나오는 이로스도 원작에서는 오디세우스에게 텃세를 부리다 구혼자들의 제안으로 그와 권투 시합을 벌였다가 혼쭐이 나는 토착 거지다.또한 원작에서는 오디세우스의 부하 세 명이 로토파고이족의 나라에서 연꽃을 얻어먹고 기억을 잃어 그곳을 떠나려 하지 않다가 강제로 끌려 나오지만,영화에서는 칼립소가 오디세우스에게 연꽃을 먹여 과거를 잊게 하여 영원히 곁에 두려 한다.로토파고이족의 나라와 칼립소의 섬이 합쳐진 셈이다.
오디세우스의 지하 세계 방문도 원작과 달라
오디세우스의 지하 세계 방문 내용도 원작과 사뭇 다르다.영화에서 테이레시아스는 오디세우스에게 장차 키르케의 섬을 출발하면 티탄 신족의 태양신 헬리오스의 섬,
영국식 룰렛 게임 무료괴물 세이렌의 섬,스킬라와 카립디스 등을 지나갈 것이라고 알려준다.하지만 원작에서는 그에게 무사히 귀향하려면 헬리오스의 섬에서 가축을 잡아먹지만 말라고 충고한다.나머지 두 곳을 지나는 방법은 키르케가 오디세우스를 떠나보내면서 알려준다.
영화에서는 오디세우스가 세이렌의 섬을 지날 때 부하들 귀에 밀랍을 발라 그들을 살려낼 생각을 하는 것도,돛대에 자신의 몸을 묶어 세이렌의 노래를 들으며 지나갈 생각을 하는 것도 모두 본인이다.이때 오디세우스의 부하 한 명이 호기심에서 귀에서 밀랍을 떼어내고 세이렌의 노래를 듣고 마법에 홀려 그들에게 가까이 가려고 바다에 몸을 던졌다가 목숨을 잃는다.하지만 원작에서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은 한 명의 희생자도 없이 모두 열심히 노만 저을 뿐이다.고통에 몸부림치는 오디세우스의 모습을 보고 두 부하가 미리 명령받은 대로 그를 밧줄로 더 꽁꽁 묶었을 뿐이다.
폴리페모스의 동굴을 탈출하려는 오디세우스,야코프 요르단스,1630~1635.푸시킨 박물관 웹사이트오디세우스가 폴리페모스의 동굴을 탈출할 때도 영화에서처럼 등에 풀단을 매고 동굴 문턱에 앉아 양들을 검사하던 그의 손아귀를 빠져나온 게 아니다.원작에서 부하들은 세 마리 숫양의 다리를 마치 이인삼각 경기처럼 버들가지로 묶은 다음 한가운데 숫양 배에 매달리게 해서 탈출시키고,오디세우스 자신은 우두머리 숫양 배에 매달려 탈출한다.
오디세우스가 충견 아르고스를 만날 때도 영화에서와는 달리 원작에서는 전혀 알은체하지 않는다.이젠 20세가 넘어 수명을 다해 궁전 대문 앞 두엄더미에 버려져 저승길을 가고 있던 아르고스는 주인의 발걸음 소리를 감지하고 잠시 죽음을 미루고 미세하게 꼬리를 흔들면서 안간힘을 다해 일어나려 한다.
오디세우스는 그런 아르고스를 보고 가슴이 미어진다.하지만 만약 녀석에게 달려가 안고 울며 회포를 풀었다가는 금세 구혼자들에게 정체가 밝혀져 목숨이 위태로워질 거라는 생각이 들자 결국 울음을 삼키며 그냥 지나쳐 궁전으로 들어간다.이후 아르고스는 이내 고꾸라져 최후를 맞이한다.평정심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은 후대의 스토아학파 철학자들은 이 대목에 감동해 그를 롤 모델로 삼는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아르고스가 마치 잠시 죽음을 미루고 주인을 기다린 듯 오디세우스와 재회하는 순간 숨을 거두자 그는 슬픔에 젖어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데,우연히 그 광경을 지켜보던 텔레마코스에게 녀석을 처음 발견한 절벽에 묻어주라고 부탁한다.바로 그 순간 텔레마코스는 그 거지 노인이 바로 아버지임을 직감한다.
구혼자들을 몰살하는 오디세우스와 텔레마코스,쓰리 포커 족보장 알로,1812.위키미디어 커먼스영화 마지막 부분에 오디세우스가 구혼자들과 전투를 벌이는 장면에서도 구혼자 일부가 무기를 버리고 무릎을 꿇고 항복 의사를 표시하고 살아남지만,원작에서는 구혼자 108명 모두가 몰살당한다.게다가 원작에서는 영화에서처럼 오디세우스 혼자 싸우는 게 아니라 아들 텔레마코스,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소몰이 필로이티오스 등이 함께 싸운다.
아가멤논의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가 남편을 살해한 이유도 원작에서는 정부 아이기스토스가 생겼기 때문인데,영화에서는 남편이 전쟁을 위해 사랑하는 딸 이피게네이아를 희생 제물로 바쳤기 때문이다.
이 밖에 영화에서 오디세우스가 참전하기 전날 밤 아내와 대화하면서 아가멤논이 트로이와 전쟁을 벌이는 목적이 헬레네는 핑계일 뿐 사실 무역 항로를 빼앗는 거라며 그를 비난하는 장면은 원작에는 전혀 없는 내용이다.오디세우스가 복수극을 끝내고 텔레마코스에게 왕위를 물려준 다음 아내와 함께 전사한 부하들을 기리기 위해 서쪽으로 떠나는 대목도 영화에만 나오는 장면이다.
영화에서 구혼자들은 페넬로페의 선택을 받으려면 활에 시위를 걸고 화살을 날려 날이 위로 향하도록 두 개씩 묶어 세워놓은 여섯 쌍의 도끼날 사이를 통과해야 한다.하지만 원작에서는 벽걸이용 구멍이 뚫린 자루가 위로 향하도록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놓은 12개 도낏자루 구멍을 통과해야 한다.이 대목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현대의 브랜드가 바로 골프 퍼터‘오디세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의 현세 지향적 인생관
셋째,원작의 내용이 워낙 방대한 터라 영화에서 미처 언급하지 못한 내용이 꽤 많다.가령 오디세우스는 폴리페모스의 동굴에 들어갈 때 타고 온 배를 해안에 숨겨둔 채 부하 열두 명만 데려간다.이후 그들은 동굴에 꼬박 하루 갇힌 채 폴리페모스에게 끼니마다 두 명씩 잔인하게 잡아먹히는데,세 번째 식사 때 오디세우스는 포도주를 반주로 권한다.그걸 마신 폴리페모스는 너무 맛있다며 두 번이나 연거푸 달래서 마시더니 오디세우스에게 이름을 묻는다.그 이유를 묻자 폴리페모스는 맛있는 음료수를 준 대가로 맨 나중에 잡아먹을 생각이란다.오디세우스는 이때 자신의 이름을‘nobody’라는 뜻의‘우티스(Outis)’라고 말해 준다.이후 폴리페모스는 뒤로 벌렁 드러눕더니 코를 골며 잔다.
이때를 노리고 동굴에 갇혀 있는 동안 만반의 준비를 해두었던 오디세우스는 부하들과 함께 미리 끝을 뾰족하게 깎아 가축 분뇨 더미에 숨겨두었던 올리브나무를 꺼내 그의 눈을 찌른다.잠자다 허를 찔린 폴리페모스는 단말마의 비명을 지른다.그 소리를 듣고 근처 동굴에 살던 다른 외눈박이들이 그의 동굴 앞으로 달려와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폴리페모스가 “우티스가 나를 죽이려 해!”라고 외치자 동료들은 투덜대며 돌아간다.폴리페모스의 대답은 결국 “아무도 나를 죽이려 하지 않아!”라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원작에서는 오디세우스가 자신이 그동안 겪었던 모험을 파이아케스족의 왕 알키노오스에게 이야기해 주지만,영화에서는 칼립소에게 이야기해 준다.영화에서는 파이아케스족 이야기가 고스란히 빠졌다는 뜻이다.사실 오디세우스는 영화에서처럼 칼립소의 섬에서 뗏목을 타고 고향으로 직행하지 않는다.그는 칼립소의 섬을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포세이돈이 일으킨 마지막 분노의 폭풍우를 맞고 파선해 헤엄을 쳐 간신히 파이아케스족의 나라에 상륙해 환대를 받은 뒤 알키노오스 왕이 마련해 준 쾌속선을 타고 고향에 도착한다.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
원작에서 오디세우스는 지하 세계에서 아킬레우스의 혼령도 만나 담소를 나눈다.그는 도대체 지하 세계엔 어쩐 일이냐며 놀라는 아킬레우스에게 고인이 된 테이레시아스로부터 귀향에 필요한 조언을 듣기 위해 왔다고 하면서 살아 있을 때도 그리스군의 존경을 한 몸에 받더니 죽어서도 사자들을 통치하는 제왕이 됐을 테니 너무 행복하겠다고 그를 치켜세운다.그러자 아킬레우스는 손사래를 치며 사자들의 제왕이 되느니 차라리 지상의 시골에서 소작농의 머슴으로 살고 싶다고 대답한다.바로 이 대목에서 기독교인들과는 상반되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현세 지향적 인생관을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영화‘오디세이’는 왜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일까.영화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다.하나는 이른바‘제우스의 법칙(Zeus′ law)’을 강조하며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라는 메시지다.그것은 결국 오만과 탐욕이 극에 달한 무도한 시대에 약자 편에 서라는 상생과 공존의 메시지다.그래서 영화에서 몇 번이나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대사가 반복된다.
원작도 이 메시지를 반복해서 암시한다.고대 그리스인들은 걸인이든 나그네든 자기 집을 찾아온 사람은 누구든지 제우스가 보낸 귀한 손님으로 알고 환대해야 한다는 불문율을 지켰는데,그것이 고스란히 신화에 투영된 것이리라.가령 오디세우스는 외눈박이 폴리페모스에게‘탄원자와 이방인의 신’인 제우스를 두려워한다면 제발 식수와 식량을 좀 나눠달라고 간청한다.제우스의 별명 중‘환대의 제우스’라는 뜻의‘제우스 크세니오스(Zeus Xenios)’가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제우스의 법칙은 놀런 감독이 그 별명이나 원작의 내용을 토대로 창안해 낸 개념일 것이다.
둘째,원작은 목마 전술을 고안한 오디세우스를 위대한 영웅으로 치켜세운다.오디세우스가 열두 척의 함선과 부하들을 모두 잃고 마지막으로 파이아케스족의 나라에 상륙해 궁전에서 벌어진 환영연에서 음유시인 데모도코스가 여흥을 돋우기 위해 그의 활약상을 노래로 만들어 부를 정도다.그는 그새 사람들 사이에서 전설이 됐던 셈이다.오디세우스는 그 노래를 듣고 감동해 눈물을 흘리고,그것을 이상하게 여긴 알키노오스 왕이 그 이유를 묻자 결국 자랑스럽게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
하지만 영화 속 오디세우스는 현대의 첨단무기에 비견될 수 있는 목마 전술을 고안해 트로이 함락에 결정적 역할을 한 자신의 행동을 결코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오히려 자신을 수많은 애먼 젊은이들을 죽음에 빠뜨리고 찬란한 트로이 문명을 잔인하게 파괴한 공범자로 인식하고 영화 내내 끊임없이 성찰하고 반성한다.영화‘오디세이’는 결국 놀런 감독이 호메로스의‘오디세이아’를 활용해 우리에게 던지는 고도의 비유적인 반전(反戰)과 평화의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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