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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경제]
2050년 치매환자 226만명 전망
사기 표적 되고 국가 경제에도 부담
건강할 때 미리 병원비·생활비 등
사용 계획 세우고 후견인 선임 필요
지난 1월에는 인천에서 50대 남성이 구속 송치됐다.2022년부터 2024년까지 고령층 3만여명에게 다단계(폰지) 사기를 쳐 투자금 2089억원을 빼앗은 혐의다.주로 60∼80대 고령층을 노렸는데,피해자 가운데 일부 치매 환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2024년 9월엔 치매 환자의 손자 행세를 하며 1억4100만원을 빼돌린 20대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치매 환자가 자산을 직접 관리하기 어려워지면 재산이 제때 쓰이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관리 공백을 틈타 가족이나 제3자가 재산을 임의로 사용하거나 사기 범죄에 악용할 위험도 있다.반대로 치료비와 돌봄비가 필요한 순간에도 자산을 처분하지 못하면 환자와 가족은 경제적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이런 자산이 늘어날수록 소비와 투자로 흘러갈 돈도 줄어 경제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특히 고령자 자산은 부동산에 묶여 있는 비중이 높다.자본시장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75세 이상 가구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5%에 이른다.집은 있어도 당장 쓸 현금이 부족하다면 치료비와 간병비를 마련하기 어렵다.신탁을 통해 부동산을 관리하거나 처분해 필요한 비용으로 쓸 수 있는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KB골든라이프 치매안심신탁’을 출시했다.가입자가 자산 사용 계획과 지급 청구 대리인을 지정하면 중증 치매 진단 이후 의료비와 요양비 등을 지급한다.최소 가입금액은 1000만원이다.사망 후 남은 재산을 지정한 수익자에게 이전할 수도 있다.신한은행은 지난 2월‘SOL메이트 치매안심신탁’을 내놨다.가입자가 건강할 때는 재산을 직접 관리하다가 치매 등 건강 이상이 생기면 지정한 신탁관리인을 통해 병원비와 요양비,인증없는 카지노세금 등을 처리한다.
NH농협은행도 지난 5월 치매나 중증질환으로 금융 거래가 어려워졌을 때 의료비와 생활비를 지급하는 신탁 상품을 출시했다.하나은행은 전담 조직을 설치해 발병 전 신탁 설계와 임의후견 상담부터 발병 후 성년후견 절차까지 지원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재산 관리와 별개로 사고에 따른 배상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보험업권이 조성한 300억원 규모 상생기금 가운데 약 20억원을 치매 환자 배상책임보험에 투입할 계획이다.기존 치매보험이 환자 본인의 진단비와 간병비를 보장했다면,새 상품은 환자가 타인의 신체나 재산에 끼친 피해의 배상책임을 보장한다.내년 1분기 출시가 목표다.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제 사고 발생과 손해율,운영 효과 등을 살펴본 뒤 추가 사업 추진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 부문에서는 보건복지부가 지난 4월‘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시범사업을 시작했다.국민연금공단이 치매 환자 등의 현금성 자산을 맡아 월별 계획에 따라 생활비 등을 지급한다.다만 복지부가 공개한 7월 3일 기준 실적은 문의 1271건,신청 118건,계약 4건에 그쳤다.상담부터 계약까지 1∼2개월이 걸리고,후견인 선임이 필요하면 법원 절차에 2∼3개월이 더 소요될 수 있다.
금융위가 준비 중인 신탁은 고령자가 판단 능력이 있을 때 금융기관에 재산을 맡기고 사용 목적과 지급 방법을 정해두면,발병 후 그 계획에 따라 병원비·간병비·생활비 등을 지급하는 방식이다.실제로 필요한 때 돈을 쓸 수 있으려면 발병을 확인할 자료,지급 개시 기준,대리인·후견인·금융기관의 권한을 명확히 정해야 한다.후견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긴급치료비를 지급할 방법도 마련해야 한다.금융위는 지난해 12월 개선안 마련을 공식화했지만 아직 발표하지 않고 있다.
후견인 선임과 공증·등기에 드는 시간과 비용도 이용 문턱으로 꼽힌다.당국이 상품별 가입금액,수수료,지급 절차를 비교할 수 있게 하고 공공서비스와 민간신탁의 역할을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금융권 관계자는 “가입 건수보다 환자가 실제로 돈이 필요할 때 제대로 지급되는지가 중요하다”며 “지급 사례와 민원을 살펴 현장에서 막히는 절차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후견제도 지원 신탁은 모범 사례로 거론된다.후견인이 일상적인 지출에 필요한 돈을 관리하고,당장 쓰지 않는 자산은 금융기관이 맡는 방식이다.자산을 보호하면서도 환자의 생활비와 돌봄비를 제때 지급할 수 있도록 정부가 후견인과 금융기관의 역할 및 지급 절차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