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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아이유 게임주말]
캡처하고 올리고 퍼뜨린다
전방위로 번진‘온라인 박제’
3줄 요약
ㆍ타인 행동 공개하는 온라인 박제 확산 ㆍ사소한 갈등부터 정치 논쟁까지 수단 활용 ㆍ무분별한 신상 공개시 명예훼손 등 범죄
“하도 억울하고 약 오르고 기분 나빠 박제할게요.”
식당에서 겪은 불쾌한 일,중고 거래 상대와의 승강이,직장 동료가 보낸 황당한 메시지….최근 소셜미디어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화가 나거나 억울한 일을 겪은 사람이 상대의 말과 행동을 공개하며‘박제한다’고 선언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이름뿐 아니라 얼굴과 소속 등 신상 정보까지 공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한 번 인터넷에 올라온 기록은 원글이 삭제돼도 캡처와 재게시라는 과정을 거쳐 남고,때로는 박제 대상을 향한 비난과 조롱으로 이어진다.
최근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영화‘암살자(들)’을 둘러싼 논쟁에선 박제가 명단의 형태로 진화했다.감독과 출연 배우들은 물론,영화를 보고 긍정적인 관람평을 남긴 배우들까지‘출연자·동조자 리스트’로 묶여 공유됐다.
동물의 가죽 등을 방부 처리해 생전과 같은 모습으로 만들어 보존하는 것을 뜻하는‘박제.사라질 것을 오래 남겨둔다는 의미에서,인터넷에서는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을 기록해 지워지지 않게 한다는 뜻으로 변주됐다.웃긴 장면이나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오래 간직한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만,누군가의 잘못이나‘흑역사’를 기록해 두고두고 소환한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최근에는 누군가의 실수나 잘못을 공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신상 정보를 드러내는 경우가 잦아졌다.이렇게 공개된 정보가 퍼지면,여러 사람이 비난과 조롱에 가세하면서 사실상 공개 심판의 장이 열리기도 한다.기록을 남긴다는 뜻의 박제가 공개와 낙인,집단적 응징으로 번지게 된 것이다.
사소한 다툼부터 정치 논쟁까지
온라인에서 박제의 출발점은 대개 거창하지 않다.식당에서 겪은 불쾌한 일부터 약속 파기,댓글 시비 같은 일상의 사소한 갈등까지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을 캡처해 공개하고 불특정 다수의 판단을 구한다.지난달 대구의 한 LP 음악 감상실에서는 업주가 손님이 남긴 손편지를 SNS에 공개해 논란이 일었다.손님은 신청곡을 틀어준 데 대한 감사의 뜻을 담아 편지를 남겼지만,업주는 이를 공개하며 “방문은 감사하지만 조금 유감”이라며 “개인의 사정이 어떻다고 해서 요구 사항을 들어 드리는 것은 안 된다”고 했다.한 테니스 커뮤니티에서는 당일 게임 약속을 취소하며 응급실에 간다고 한 이용자에게 상대방이 병원 방문 인증을 요구한 대화가 공개됐다.상대가 “인증 못 하시면 카페에 박제하겠다”고 하자 이용자는 “죄송하게 됐는데,박제하세요”라고 답했다.
유명인이 자신의 채널을 통해 타인의 행동을 공개하면서 박제 논란에 휩싸이는 경우도 있다.지난 8월 장애인 유튜버 박위는 KTX에서 휠체어로 내리다 자신을 돕던 사회복무요원의 발에 바퀴가 걸려 넘어지는 사고를 당한 뒤 당시 CCTV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박위는 “(사회복무요원이) 발을 경사로 위에 올려놓았다는 것 자체가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안전사고 재발을 막자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자신을 돕다 실수한 근무자의 모습까지 공개한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이 뒤따랐다.결국 박위는 영상을 삭제하고 사과했다.하지만 논란은 역풍으로 돌아왔다.온라인에서는 그의 과거 문제 발언을 모아 박제하는 게시물이 잇따랐다.
박제가 정치적·사회적 논쟁의 수단으로 쓰이기도 한다‘암살자(들)’논란으로 감독과 출연 배우,긍정적인 관람평을 남긴 연예인들의 이름이 이른바‘박제 명단’으로 묶여 퍼졌다.유튜브에 올라온‘암살자들 호평 연예인 박제’쇼츠 영상은 조회 수 47만회를 기록했다.이렇게 특정 작품에 참여하거나 이를 호평했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명단에 올리고 비난을 집중시키는 방식은 이른바‘좌표 찍기’와도 맞닿아 있다.출연 배우가 광고하는 제품에 대한 불매 요구가 나왔고,배우 자택 앞에서 항의 집회가 열리는 등 박제는 온라인 밖 행동으로까지 이어졌다.
박제는 악플에 대응하거나 사회 문제를 공론화하는 수단으로도 쓰인다.최근에는 자신에게 온 악성 댓글이나 메시지를 캡처해 그대로 공개하는 이른바‘악플 박제’가 흔해졌다.축구 국가대표 설영우는 지난달 우루과이전 패배 뒤 부모를 비하하는 메시지를 받자 이를 공개하며 “제발 선 좀 지킵시다”라고 했다.학교폭력이나 갑질,범죄 피해 등 개인이 홀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박제’가 공론화의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저 사람은 공개돼도 싸다”
왜 사람들은 잘못했다고 여기는 타인을 공개 박제할까.박제의 힘은 개인적 분노를 다수의 응징으로 증폭시키는 데 있다.상대의 말이나 행동을 공개하는 순간 제3자들이 참전하고,댓글과 공유를 타고 비난이 확산된다.혼자 항의하는 것보다 상대의 평판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데다,잘못한 사람을 고발하는 콘텐츠는 사람들의 관심과 반응도 끌기 쉽다.
그 바탕에는‘저 사람은 공개돼도 싸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2024년 국제 학술지‘정보시스템학회지(JAIS)’에 실린‘SNS에서의 신상 공개’연구에 따르면,재미있는 무료 게임 추천상대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느끼고 신상 공개가 그 잘못에 상응하는 제재라고 판단할수록 이를 도덕적으로 용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이렇게 형성된‘도덕적 승인’은 실제 신상 공개 참여에도 영향을 미쳤다.상당수 박제 글에는 “공익을 위해서”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등의 설명이 따라붙는다.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행동이라고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다.이달 초 공공장소에서 소파에 맨발을 올린 이를 촬영해 스레드에 박제한 이용자는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을 했다면 욕먹는 게 당연하다”며 “이 게시물이 퍼져서 당사자들이 알아채고 다음엔 안 그러길 바란다”고 했다.
박제에 가세하는 동기에 정의감만 있는 것은 아니다.박제는 법적 절차 밖에서 특정인의 잘못이나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비난한다는 점에서 사적 제재와 맞닿아 있다.동국대 연구진이 국내 성인 1000명을 조사해 2024년‘형사정책연구’에 발표한 논문에서는 범죄자의 신상 정보를 온라인에 게시하거나 관련 글·영상을 공유한 경험 등을 물어 사적 제재 참여 정도를 측정했다.그 결과 타인의 불행에서 만족을 느끼는‘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와 자신의 도덕성을 드러내려는‘도덕적 과시’성향이 높을수록 온라인 사적 제재 참여 경험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연구진은 도덕적 신념의 표출보다는 개인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사적 제재에 참여하는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온라인 환경은 박제의 문턱도 크게 낮췄다.캡처 몇 장과 짧은 설명만으로 누구나 특정인을 불특정 다수 앞에 세울 수 있고,일단 게시물이 퍼지기 시작하면 작성자가 직접 나서지 않아도 다른 이용자들이 댓글과 공유로 가세한다.여기에‘남들도 이 정도 공개는 괜찮다고 생각한다’는 인식이 더해지면 망설임은 더 줄어든다.앞선 JAIS 연구에서도 주변 사람들이 신상 공개를 용인한다고 인식할수록 자신 역시 이를 도덕적으로 정당하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책임 묻는 박제,온라인qr코드 스캐너선 넘으면 범죄
박제를 둘러싼 시선은 엇갈린다.직장인 박모(39)씨는 “박제당할 짓을 안 하면 된다”며 “공공질서나 상식에 반하는 행동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반면 지인을 험담했다는 오해를 받아 SNS에서 박제된 적이 있다는 자영업자 김모(43)씨는 “온라인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잔뜩 몰려와 악성 메시지를 보내는데 몹시 두려웠다”며 “정작 당사자와는 만나서 쉽게 오해를 풀었지만,그 일을 겪고 나서 한동안 SNS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문제는 누구나 손쉽게 누군가를‘박제’할 수 있는 만큼,성급하거나 무분별한 공개도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사실 관계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잘못된 내용을 퍼뜨릴 수 있고,사실이라 하더라도 필요 이상으로 신상 정보를 드러내거나 사적인 일을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면 법적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지난달 서울동부지법은 장애가 있는 자녀와 함께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에 차를 댄 여성을‘불법 주차’라며 유튜브에 공개한 30대 남성에게 명예훼손 등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같은 달 서울 지하철에서는 부정 승차를 제지한 역무원의 얼굴을 SNS에 공개하며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한 외국인 인플루언서가 명예훼손·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당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박제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내 얘기를 들어달라’고 하는 방식”이라며 “사람들의 자기 확신과 정체성이 강해지면서 자신의 기준에 어긋난 타인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는 경향이 커진 것도 박제가 일상화된 배경 중 하나”라고 말했다.구 교수는 “박제는 어떤 맥락에서,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느냐가 중요하다”며 “개인정보 유출이나 명예훼손으로 이어지는 식으로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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