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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바다]-동해안 경관사유화 실태 보고서②
‘서핑성지’였던 죽도해변·인구해변 정착 흔들려
80년 토박이 김승일씨 “큰 건물 남고 사람 줄어”
민박 집 운영 김조광씨 “가격 내려도 예약 끊겨”
2014년 이주 이인성씨 “다른 지역 이사 고민중”
마트 운영 강모씨 “관광객 남긴 쓰레기 주민 몫”
땅값 10년 간 40.3% 오른 반면 지역 주민 감소

◇양양군 현남면 인구·죽도해변 일대에 대형 숙박시설이 들어서면서 낮은 주택과 상가가 모여 있던 마을의 풍경이 달라졌다.관광객을 위한 숙박·상업시설과 주민들의 생활공간이 맞닿은 가운데 기존 상인과 서핑업 종사자들은
◇양양군 현남면 인구·죽도해변 일대에 대형 숙박시설이 들어서면서 낮은 주택과 상가가 모여 있던 마을의 풍경이 달라졌다.관광객을 위한 숙박·상업시설과 주민들의 생활공간이 맞닿은 가운데 기존 상인과 서핑업 종사자들은 생업을 이어가고 있다.주민들은 관광개발과 함께 마을의 생활환경과 기존 상권을 지킬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고은기자

전국적인‘서핑 성지’로 성장한 양양군 현남면 인구·죽도해변에서 개발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관광객과 외부 자본이 몰려 고층 숙박시설과 상업시설이 들어섰고,그 사이 땅값은 10년간 40% 넘게 올랐다.그러나 인구·죽도해변과 맞닿은 인구리·동산리·시변리 주민은 같은 기간 18% 감소했다.대형 시설의 객실은 늘었지만 주민이 운영하는 민박과 펜션은 손님을 잃었고,한때 청년과 원주민이 함께 키운 상권에는 빈 점포가 속출하고 있다.관광지의 외형은 커졌지만 그 안에서 계속 살아갈 주민과 상인의 자리는 좁아졌다.

■15만원 받던 민박 10만원으로 내려도 빈방=올해 여름 성수기 인구리에 자리잡은 김조광(84)씨의 민박집은 조용했다.방 네 칸 가운데 주말에 한두 칸이 예약되면 그나마 다행이었다.김씨는 “주변에는 큰 숙박시설이 계속 생기는데 동네 민박을 찾는 전화는 거의 끊겼다”고 말했다.과거 김씨는 여름철 객실 한 칸에 15만원을 받고 추가 인원당 2만원을 더 받았다.예약이 줄자 추가요금을 없애고 숙박료도 10만원으로 내렸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김씨는 “서핑숍에서 강습과 숙박을 묶어 판매하고 대형 리조트까지 들어오니 작은 민박은 경쟁할 수가 없다”며 “주변 민박집 10여곳이 모두 비슷한 형편이고 이제는 용돈벌이도 되지 않는다”고 한숨지었다.죽도해변에서 펜션업에 종사하는 허진성(58)씨도 최근 2∼3년 사이 매출이 과거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전했다.그는 “대형 시설 안에서 숙박부터 식사와 장보기까지 해결하니 이용객의 소비가 마을 식당이나 슈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서 “객실은 늘었지만 기존 민박과 펜션에 돌아오는 손님은 줄었다”고 했다.허씨는 대형 시설 이용객과 차량이 몰리며 주차난은 심해졌지만,개발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기존 상권이 체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관광객의 소비는 숙박·상업시설 내부에 머무는 반면 교통 혼잡과 쓰레기,소음은 주변 마을의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하소연했다.

■서핑으로 북적였던 작은 어촌⋯파도 소리 뒤덮은 개발=인구리에서 태어나 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온 김승일(82)씨는 40년 동안 배를 타며 생계를 이어왔다.그가 기억하는 2000년대 초반의 인구·죽도해변은 주민 대부분이 서로 얼굴을 알고 지내던 작은 어촌이었다.2010년대 들어 서핑숍과 카페가 생겨난 이후 수영복 차림의 젊은 관광객들이 골목을 오가는 모습은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주민들은 조용한 어촌에 사람이 찾아오고 장사가 살아나는 변화를 반겼다.그러나 해변의 유명세를 따라 외부 자본과 대형 시설이 몰려온 뒤 마을의 모습은 빠르게 달라졌다. 일상의 일부였던 파도 소리는 소음으로 뒤덮였으며 관광 열기가 식은 지금은 빈 점포가 늘고 주민이 기대했던 경제적 효과도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김씨는 “이왕 관광지가 됐으니 지역 사람들도 함께 잘살기를 기대했다”며 “주민들이 불편을 겪은 뒤 사람은 다시 줄고 큰 건물만 남은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관광지 한복판에서 소외된 고령 주민=인구리에서 마트와 정육점을 운영하는 강모(72)씨는 해변 상권과 뒤편 마을을 서로 다른 공간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관광객이 모이는 해변에는 카페와 음식점,주점이 늘어났으나 고령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기는 어려워졌다.높은 가격뿐 아니라 영어로 적힌 간판과 메뉴판도 장벽이었다.강씨는 “커피를 마시려고 카페에 들어가도 무엇을 파는지 알 수 없어 주문하지 못하고 돌아온 적이 많다”면서 “아메리카노라는 말만 겨우 알아볼 정도였다”고 허탈해했다.관광지화 초기에는 주민들이 관광객을 대상으로 운영하던 조개잡이 체험을 함께 해보기도 했다.같이 일하고 점심을 먹으니 마을에 활기가 생겼다.그러나 장사가 어려워지고 주민 대부분이 고령층으로 남으면서 이런 모임도 사라졌다.그는 “한창 휴가철인데도 예전처럼 사람이 많지 않다”며 “관광객이 떠난 뒤 모래 위에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쌓이고 이를 치우는 일은 주민들의 몫으로 남는다”고 토로했다.

■삶의 여유 찾아온 청년도 다시 이주 고민=2014년 경기 안양에서 인구리로 이주한 이인성(46)씨는 서핑을 매개로 청년들이 마을에 정착하던 시기를 경험했다.직접 땅을 매입해 건물을 짓고 게스트하우스와 카페를 운영했다.2020년부터는 낮에는 서핑숍,밤에는 술과 음식을 파는 선술집으로 업종을 바꿨다.이곳에서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도 낳았다.이씨는 “처음에는 돈을 많이 벌기보다 도시의 경쟁에서 벗어나 시간적 여유와 삶의 질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내려왔다”면서 “정책이나 지원이 아니라 서핑을 계기로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정착한 보기 드문 마을이었다”고 회상했다.서핑 열기는 2015∼2016년 본격화돼 2017∼2019년 절정에 달했다.이후 투자자와 개발업체가 들어오면서 상가와 숙박시설이 빠르게 증가했고 임대료도 뛰었다.관광 경기가 위축되자 상인들은 줄어든 손님을 놓고 경쟁하는 관계가 됐다.이씨도 최근 강릉이나 양양읍으로 옮기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그는 “예전에는 사람도 좋고 분위기도 좋아 크게 힘들게 살지 않아도 되는 동네였는데 지금은 장사가 어려워지면서 서로 경쟁해야 하는 곳으로 바뀌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올랐던 임대료,관광 열기 식자 빈 점포로=죽도해변에서 50년간 슈퍼를 운영한 김길신(79)씨는 개발이 본격화된 뒤 집을 팔고 떠난 주민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그는 “처음에는 사람이 많이 찾아오고 해수욕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다”면서도 “술집과 유흥 중심으로 분위기가 변하면서 가족 단위 관광객은 줄었다”고 전했다.여은화(54)씨도 “코로나19 직전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집을 팔고 떠난 원주민이 많았다”며 “비싼 가격에 건물을 산 사람은 높은 임대료를 받을 수밖에 없었고 지난해부터는 임대 수요마저 크게 위축됐다”고 설명했다.지역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2023년 인구·죽도해변 일대 상가 임대보증금은 3.3㎡당 150만원 수준까지 올랐다.2026년에는 100만원 안팎으로 내려갔지만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많지 않다.현지 중개업계가 추산하는 상가 공실률은 30%가량이다.

■현남면 땅값 40.3% 상승⋯마을 주민 18% 감소=국토교통부 지가변동률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6년 8월31일부터 2026년 8월31일까지 현남면의 누적 지가변동률은 40.344%였다.같은 기간 양양군 전체 상승률 38.061%보다 2.283%포인트 높고 강원 평균 24.511%의 1.6배에 달한다.반면 양양군 통리별 인구자료에 따르면 현남면 주민등록인구는 2016년 3,141명에서 2026년 7월 2,876명으로 265명(8.4%) 감소했다.인구리는 467명에서 397명으로 70명(15.0%),동산리는 229명에서 181명으로 48명(21.0%),월화수토토토일시변리는 72명에서 52명으로 20명(27.8%) 줄었다.3개 마을에서 지난 10년간 768명에서 630명으로 총 138명(18.0%) 감소했다.인구·죽도해변과 맞닿은 토지의 경제적 가치가 크게 오르고 숙박·상업시설이 확충된 기간에도 해변마을에 주소를 두고 생활하는 주민은 계속 빠져나갔다.죽도식당 대표 김경철(64)씨는 “죽도해변은 서핑을 계기로 젊은층과 기존 주민이 함께 살아가며 만든 동네”라며 “지금은 임대료가 너무 올라 새로 들어온 사람들조차 버티기 어렵다.고층 숙박시설만 계속 세우는 방식으로는 지역이 살아날 수 없다”고 밝혔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양양군 현남면 인구해변과 뒤편 마을 전경.해변을 따라 숙박·상업시설이 늘어서 있고 안쪽으로는 낮은 주택과 골목,농경지가 이어진다.관광객이 찾는 해변과 주민들의 생활 터전이 맞닿아 있어 개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양양군 현남면 인구해변과 뒤편 마을 전경.해변을 따라 숙박·상업시설이 늘어서 있고 안쪽으로는 낮은 주택과 골목,농경지가 이어진다.관광객이 찾는 해변과 주민들의 생활 터전이 맞닿아 있어 개발에 따른 변화가 마을의 경관과 일상에 함께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은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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