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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PP·홈쇼핑 잇는 유료방송…무너지면‘미디어 기본권’도 공염불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유료방송 업계의 위기를 두고 업계와 학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방송시장의‘기간사업자’격인 유료방송의 인프라가 무너질 경우 콘텐츠와 채널 등 미디어 생태계 전반의 연쇄적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 체계는 여전히 과거의 시장 구조에 머물러 있다.다양성 보장을 이유로 200여개 채널을 유지하도록 하면서 사업자는 시장 변화에 맞춰 채널 구성을 자유롭게 손보기 어렵고,정작 이용자들은 넘쳐나는 채널 속에서 선택의 불편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 '미디어 기본권' 외치지만…정작 떠받칠 사업자는 없다
30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방송학회와 유료방송 업계 주최 '지속 가능한 미디어 생태계와 규제 혁신을 위한 통합 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세미나는 유료방송 플랫폼의 역할을 재조명하고 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한 규제 혁신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특히 IPTV와 케이블TV(SO),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협단체가 한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날 현장에선 정부가 국민의 접근권 보장을 이유로 '미디어 기본권'을 강조하고 있지만,정작 그 기본권을 제공할 유료방송 산업은 낡은 규제에 묶여 생존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서비스 자체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한 채 기본권만 앞세우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만큼,국민의 미디어 이용권을 지키려면 산업의 자생력을 갉아먹는 규제부터 걷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개회사를 맡은 유용화 IPTV 협회장은 “한국 콘텐츠의 경쟁력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유통 경쟁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미디어 생태계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며 “미디어는 이제 국민의 일상과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공간이 됐다.그런 미디어를 과도하게 규제하고 억제하는 것은 결국 국민의 삶을 규제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만큼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는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OTT 있는데 왜 유료방송?…“생태계 코어 역할”
그렇다면 유료방송은 왜 생존해야 하나.
단순 유통 플랫폼 차원이라면 더 경쟁력 있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있는 만큼,유료방송에 대한 규제 완화와 지원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여론은 그간 회의적인 시선을 보여왔다.
이 같은 인식은 비단 여론에만 머물지 않았다.정책 당국 역시 유료방송 산업의 위기를 당장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규제 개선이 지연돼 왔다는 지적이다.
곽동균 KISDI 박사는 “‘이미 늦었고 아무도 TV를 보지 않는데 무슨 대책이 의미가 있느냐’는 회의론과‘내가 은퇴할 때까지는 괜찮을 것’이라는 안일한 인식이 제도 개선을 더디게 만든 측면이 있다”며 “정책 결정권자들이 은퇴할 때까지는 산업이 버틸 수 있다는 역설에 계속 빠져 있다면 3~4년 뒤에는 규제 개선 대상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유료방송의 위기를 단순히 개별 사업자의 경쟁력 저하 문제로 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유료방송 플랫폼이 무너지면 콘텐츠를 유통할 사업자뿐 아니라 콘텐츠 사업자에게 돌아갈 재원도 함께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홍종윤 서울대 교수는 “단순히 유료방송을 살리기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라며 “유료방송 플랫폼의 위기는 단순히 플랫폼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홍 교수는 유료방송을‘국내 유일의 물리적 시청각 미디어 플랫폼 구축 사업’으로 규정하며 “국내 지상파는 결국 유료방송 재송신을 통해 가입자와 시청자를 만나고 있고 PP와 홈쇼핑도 마찬가지인 만큼,
작혼 마작 패 앞면국내 미디어 시장에서 유료방송이 코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 AI로 채널 짜는 시대인데…채널 번호 하나 바꾸기도‘산 넘어 산’
30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방송학회와 유료방송 업계 주최 '지속 가능한 미디어 생태계와 규제 혁신을 위한 통합 세미나'가 열렸다. 더욱이 유료방송의 경쟁력 저하에는 정부 책임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시장 자율'을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가격과 상품 구성을 촘촘하게 제한해 사업자의 대응력을 떨어뜨렸다는 비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채널 계약 가이드라인'이다.법적 강제력이 없는 행정지도지만 재허가·재승인 과정에서 사실상 심사 기준처럼 활용되면서,사업자가 경쟁력이 낮은 채널을 정리하거나 상품 구성을 바꾸는 데 제약으로 작용해왔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는 한국케이블티브이푸른방송과 금강방송을 비롯해 LG헬로비전·SK브로드밴드·KT HCN 계열 케이블TV(SO)의 재허가 과정에서 PP 계약 및 채널 공급 관련 가이드라인 준수를 조건으로 부과해왔다.
요금 규제도 크게 다르지 않다.2022년 유료방송 요금 승인제가 신고제로 완화됐지만,'수리'를 전제로 한 신고제인 만큼 실질적인 요금 자율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더욱이 결합상품은 신고제 적용 대상에서도 제외돼,
온라인 도박 시장 규모현장에서 체감하는 규제 완화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희 선문대 교수는 “규제를 만들 때는 기간을 정해야 한다.세액공제 같은 지원제도에는 일몰제가 있는데 규제에는 일몰제가 없다”며 “규제가 목표를 달성했다면 일몰시켜야 하는데 우리는 규제를 그대로 두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제는 이용자에 따라 AI로 개인화된 채널을 구성할 수 있는 정도까지 가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채널 번호 하나 바꾸는 데도 굉장히 지난한 과정을 거치는 게 현실”이라며 “지금 논의하는 정도의 소극적인 제도 개선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시장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를 일부 손질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사전규제 중심의 틀 자체를 다시 짜야 한다는 주문이다.
◆ 규제에 갇힌 시청자 선택권…통합미디어법 논의는 '제자리'
문제는 경직된 상품 구성이 사업자뿐 아니라 소비자 편익까지 훼손하고 있다는 점이다.동일 법인 내 여러 채널에서 같은 콘텐츠가 반복 편성되면서 채널 수는 많지만 정작 시청자가 체감하는 선택권은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규제 완화는 사업자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라 이용자가 자유롭게 상품을 선택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도 필요하다"며 "이용자가 돈을 내고 선택하는 상품의 다양성이 규제로 제한된다면 결국 그 피해는 시청자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문제를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국회와 정부는 낡은 방송 규제체계를 손보기 위해 수년째 통합미디어법 제정을 추진해왔다.변화한 미디어 시장에 맞춰 규제체계를 다시 짜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논의는 번번이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방통위가 지난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로 개편되는 과정까지 겹치면서 법제화 작업도 다시 늦춰졌다.현 방미통위는 오는 10월 중 관련 결과물을 내놓는 것을 목표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곽동균 박사는 "사업자들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다만 중요한 인프라로 살아남기 위해선 일단 손을 잡고 서로의 입장을 더 많이 배려하면서 함께 시장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미디어법 제정 논의가 단순히 모든 사업자에게 같은 규제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주문도 나왔다.서비스 성격과 시장 영향력이 다른 사업자에게 획일적인 규제를 적용할 경우 또 다른 규제 왜곡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다.
김건훈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가장 이상적인 미디어 환경은 모두에게 같은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원칙 아래 각각의 특성에 맞는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라며 "방송은 방송의 특성을,OTT는 OTT의 특성을,유튜브는 플랫폼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디어 산업의 미래는 누가 규제를 덜 받느냐가 아니라 누가 이용자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느냐가 결정할 것"이라며 "규제는 산업을 나누는 기준이 아니라 혁신을 촉진하는 기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 법 만들 때까지 버티라고?…"지금 바꿀 수 있는 규제부터"
산업 상황을 감안하면 통합미디어법 제정만 기다릴 게 아니라,당장 손댈 수 있는 규제 개선은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방송통신발전기금이다.방발기금은 공공재인 주파수와 사업권역을 배타적으로 사용하는 방송사업자의 초과이윤 일부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취지로 설계됐지만,업계에선 영업이익보다 기금 부담이 더 커지는 사례까지 나타나면서 제도 취지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이 이어져왔다.
문제의식과 개선 방향은 이미 상당 부분 정리된 상태다.유료방송 기금 분담금 관련 사무는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방미통위로 일원화됐고,올해 관련 규정에는 분담금 부과의 적정성을 주기적으로 재검토하는 조항도 새로 마련됐다.그럼에도 정작 업계가 요구해온 실질적인 부담 완화는 뒤로 밀리면서,시장은 급변하는데 제도 개선은 여전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건훈 수석전문위원은 "법 개정이나 통합미디어법만 기다리지 않고 지금 바꿀 수 있는 것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며 "고시나 승인제도,
이더 리움 업 비트 스테이 킹행정명령 변경만으로 가능한 과제를 유료방송 규제개선의 '패스트트랙'으로 추진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요금 실무 관행이나 재허가 이행점검 등은 1년 안에도 바꿀 가능성이 있다"며 "요금·상품·채널·광고·커머스 규제를 한데 묶어 제한된 범위에서 실증한 뒤 데이터를 바탕으로 확대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창희 박사도 “유료방송 가입자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미디어 거버넌스도 통합된 만큼,이제는 정말 규제 개선이 이뤄져야 할 때”라며 “수평적 규제체계 자체가 반드시 정답이라고 보지는 않는다.수평이냐 수직이냐보다 중요한 것은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해 사업자들의 어려움을 풀어주고 이용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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