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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밴 타고 아이슬란드 간 신혼부부④] 협곡과 폭포,호수를 지나 빙하가 바다에 닿는 곳까지
기자말
지난 8월 신혼여행으로 아이슬란드를 다녀왔습니다.7일간 캠퍼밴으로 작은 모험을 떠나며 마주한 풍경과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카틀라 얼음동굴 투어를 무사히 마치고 다시 차에 올랐다.1번 국도인 링로드를 따라 아이슬란드 남부를 약 1시간 정도 달렸다.다음 목적지는 발음하기도 어려운 '퍄드라르글류푸르(Fjaðrárgljúfur)'라는 이름의 협곡이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빙하의 흔적을 꼭 얼음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빙하가 물러난 뒤 흘러나온 물이 오랜 시간 땅을 깎아 만들어낸 풍경도 있었다.퍄드라르글류푸르가 바로 그런 곳이었다.
빙하수가 깎은 협곡,화산암이 감싼 폭포
퍄드라르글류푸르는 길이 약 2km,깊이 최대 100m에 이르는 거대한 협곡이다.주차장에 내려 이곳을 처음 마주한 순간,이미 아이슬란드에서 계속해서 느꼈듯 "오,반지의 제왕 같은 판타지 영화에 나올 것 같은데?"라는 말부터 나왔다.알고 보니 실제로 유명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두 주인공이 용을 타고 날아가는 장면의 배경으로 등장했다고 한다.
잘 조성된 탐방로를 따라 협곡 위로 올라갔다.협곡은 평평한 초원 사이를 깊게 가르며 구불구불 이어져 있었다.양쪽으로 솟은 절벽에는 초록빛 이끼와 풀이 덮여 있었고,한참 아래로 짙푸른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아래에서 바라봤을 땐 그저 웅장한 느낌이었다면,위에서 바라보니 거대한 땅에 누군가 일부러 구불구불한 선을 그어놓은 듯했다.
퍄드라르글류푸르는 약 9천 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날 무렵 빙하가 후퇴하며 탄생했다고 한다.'빙하 후퇴'란 빙하의 끝부분에서 녹아 없어지는 얼음의 양이 새롭게 공급되는 얼음 양보다 많아지면서 빙하의 영역이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당시 빙하가 물러난 계곡에는 호수가 형성됐고,이곳에서 흘러나온 물이 오랜 시간 암석을 깎아내며 지금의 협곡을 만들었다고 한다.도대체 얼마나 긴 시간에 걸쳐 이런 지형이 탄생했을지 가늠하기도 어려웠다.
퍄드라르글류푸르를 떠나 다시 1번 국도를 따라 동쪽으로 향했다.다음으로 찾은 곳은 아이슬란드 최대의 빙하인 바트나요쿨(Vatnajökull)이 속한 국립공원 내 스카프타펠(Skaftafell)이었다.이곳에는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있는데 우리는 독특한 모습으로 유명한 폭포 스바르티포스(Svartifoss)만 보고 돌아오는 코스를 택했다.
약 40분 정도 걸었을까.스바르티포스가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그리고 왜 스바르티포스가 유명한지 단번에 알았다.여태까지 본 다른 폭포들에 비해 물의 양은 많지 않았지만,아름답게 떨어지는 물줄기 양쪽으로 주상절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매달려 있는 모습이 독보적이었다.정말이지 비현실적이고 기하학적인 풍경이었다.
스바르티포스는 '자연이 빚은 건축물'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독특하며 아이슬란드의 건축에도 영향을 줬다고 한다.대표적으로 아이슬란드의 랜드마크인 할그림스키르캬 교회가 이곳을 비롯한 주상절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아이슬란드 국립극장의 실내 장식에도 비슷한 형태가 반영돼 있다.
트레킹을 하는 동안 급속도로 날씨가 안 좋아졌다.아이슬란드에는 날씨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5분만 기다려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그만큼 날씨가 시시각각 변한다.어느새 안개가 자욱해진 탐방로를 내려가는데,한 외국인 커플이 힘들게 올라오며 우리에게 저쪽까지 가면 뭐가 있느냐고 물었다.스바르티포스 폭포 사진을 보여줬더니 "원더풀!"이라고 외치며 다시 힘차게 걸어갔다.
앞서 퍄드라르글류푸르가 빙하수가 오랜 시간 암석을 깎아낸 지형이라면,스바르티포스의 주상절리는 뜨거운 용암이 식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아이슬란드 여행 내내 빙하와 화산이 만들어낸 지형을 번갈아 만나는 재미가 있었다.
빙하가 만든 두 호수 퍄들살론과 요쿨살론
짧은 트레킹을 마친 우리는 다시 빙하의 흔적을 따라 1번 국도(링로드)를 달렸다.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스카프타펠과 마찬가지로 바트나요쿨 빙하 지대에 속한 퍄들살론(Fjallsárlón)이었다.
퍄들살론은 바트나요쿨에서 흘러내린 퍄들스요쿨(Fjallsjökull)이라는 빙하 아래 생긴 빙하호수다.빙하호수는 빙하가 녹거나 후퇴하며 생긴 지형에 물이 고여 만들어지는데,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거대한 얼음덩어리들이 호수 위를 떠다니는 독특한 풍경을 볼 수 있다.
퍄들살론 호수를 처음 본 순간,아이폰 바카라 분석기감탄만 나왔다.호수 뒤로 높은 빙하가 있었고,그 앞으로 스키장 슬로프처럼 빙하가 지나온 길이 보였다.금방이라도 호수를 덮칠 것 같은 파도 모양의 빙벽 앞,투명한 물 위로 새하얀 얼음덩어리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마치 아이슬란드라는 나라 이름을 그림으로 그려놓은 듯했다.
퍄들살론의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빙하를 눈앞에서 보면서 바로 뒤에 빙하가 내려온 길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사람도 적고 물결도 비교적 잔잔해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이곳에서 다시 10km 정도 이동해 요쿨살론(Jökulsárlón)으로 향했다.퍄들살론과 마찬가지로 바트나요쿨에 속하지만,브레이다메르쿠르요쿨(Breiðamerkurjökull)이라는 또 다른 출구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얼음들이 모인 호수다.
요쿨살론은 아이슬란드의 대표적인 빙하호수답게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규모부터 퍄들살론과는 차원이 달랐다.저 멀리서 엄청난 크기의 얼음덩어리들이 떠내려오는 게 보였다.커다란 얼음 앞에서는 사람들조차 매우 작아 보였다.
퍄들살론이 잔잔한 감동이었다면,요쿨살론은 밀려오는 감격이었다.
마침 요쿨살론에 도착했을 때는 바람도 매우 거세게 불었다.바람에 수면이 심하게 일렁였고,얼음덩어리들이 움직이는 모습도 더욱 역동적으로 보였다.뜬금없이 빙하 타고 내려왔다던 둘리가 생각났다.
특히 요쿨살론의 물길이 바다와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로웠다.호수에 떠 있는 얼음덩어리들이 물길을 따라 바다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날 아침에는 카틀라 얼음동굴 투어에서 거대한 빙하의 내부를 봤고,지금은 또 다른 빙하에서 떠내려온 얼음이 호수를 지나 바다로 향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마치 빙하의 일생을 보는 듯했다.
빙하의 마지막,다이아몬드 해변
그러나 빙하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요쿨살론에서 그대로 조금만 걸어가면 바로 옆에 다이아몬드 해변(Diamond Beach)이 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곳은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얼음 조각들이 흩어져 있는 해변이다.요쿨살론에서 떠내려온 얼음들이 바다로 흘러가다가 그중 일부가 다시 파도에 밀려 해변으로 올라온다.이 얼음 조각들은 파도에 부딪혀 부서지고 씻기면서 모서리가 닳아 다양한 형태로 세공된다.
아이슬란드의 바닷가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예고 없이 거센 파도가 밀려올 수 있어 바다를 등지거나 물가에 지나치게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그 순간에도 거친 파도가 커다란 얼음 조각을 계속해서 때리고 부수고 있었다.
그렇게 부서진 다이아몬드는 검은 모래와 대비되어 더욱 강렬하게 빛나는 듯했다.그렇게 계속해서 파도에 단련되고 반짝거리다가 결국 녹아 사라질 것이었다.
카틀라 얼음동굴에서 본 빙하부터 퍄들살론,요쿨살론을 거쳐 다이아몬드 해변까지.비록 서로 다른 빙하였지만 이번 여행에서 빙하가 움직이고 떨어져 나와 바다에 이르는 과정을 차례로 마주한 셈이었다.
오랜 시간 쌓인 눈이 빙하가 되고,그곳에서 떨어져 나온 얼음은 호수를 지나 바다로 향했다.그 여정의 끝에서 얼음은 파도를 맞으며 마지막 빛을 내고 있었다.아이슬란드에서 만난 다이아몬드는 오랜 시간과 자연이 만들어낸,잠깐만 볼 수 있는 아주 귀한 다이아몬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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