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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블랙 얼라이언스'에 합류한다면, 군대가 지워지면 우리는 전부가 아닙니다.
[인터뷰] 제28회 재외동포문학상 단편 소설 부문 대상 최윤희 작가
▲  단편 소설 <영의 증명>으로 제28회 재외동포문학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최윤희 작가.ⓒ 이선필
"미국에 사는 제 또래의 한인동포는 웬만하면 대부분 스시집 아르바이트를 했을 겁니다."

최윤희 작가의 단편소설 <영의 증명>은 냄새로 가득하다.스시집 아르바이트로 온몸에 밴 기꼬만 간장 냄새,앱스토어 포커학교 바닥의 리놀륨 냄새,네일숍에서 일하는 엄마에게서 나는 매니큐어와 아세톤 냄새까지.자신의 몸과 학교,엄마에게서 나는 그 냄새 사이에서 주인공 영은 곧 입학할 대학의 학비를 지원받기 위해 분투한다.

재외동포청이 주최한 제28회 재외동포문학상 단편소설 부문 대상을 받은 <영의 증명>은 주정부의 학비 지원을 받기 위해 자신과 부모의 생활을 서류로 입증해야 하는 고등학생 영의 이야기다.엄마와 식당 일을 하는 아빠는 현금으로 급여를 받아와 소득을 입증할 마땅한 서류가 없다.말대로 '언도큐멘티드(Undocumented)' 상태다.매일 노동하는 부모의 삶을 증명하려는 영을 대하는 상담 교사 미스 챈들러의 태도는 시시각각 달라진다.

"신분 때문에 기회 놓치는 삶 안타까워"

▲  "첫 직장이기도 했기에 20대에 사활을 걸고 일했던 것 같다." ⓒ 이선필
최근까지 영화 <미나리>,드라마 <파친코> 등으로 꾸준히 소환된 디아스포라(Diasporá)적 경험이 1990년생 신인 작가에게서도 명확하게 발견되고 있었다.지난 9월 30일 서울 중구의 사무실에서 만난 최 작가는 "상담 교사 방 앞을 서성이는 한 학생의 이미지와 함께 제가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간장 냄새로부터 이야기가 출발했다"고 말했다.

"올해 초 한겨레 문화센터 수업을 들으며 떠올렸던 이미지였다.사실 제 또래 미국 동포라면 스시집 아르바이트를 대부분 했을 것이다.제가 고등학교 1학년 무렵 미국으로 이민을 갔는데 그런 일식이나 한식당 아르바이트가 특별한 사례는 아니었다.당시 고교생들이 아르바이트를 꽤 했거든.하지만 소설 속 이야기가 모두 제 경험은 아니다.오히려 전 운이 좋은 편이었다고 생각한다.영주권도 빠르게 나왔고.

다만 친구 중 영과 비슷한 일을 겪는 경우가 있었다.그때가 다들 질풍노도의 시기잖나.저도 어렸던지라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내 삶이 그래도 다른 사람들보단 나은 것 같다고 여기기도 했고.근데 친구들을 보면 공부도 잘하는데 이민자라는 이유로 어떤 불이익을 받는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공부를 잘하면 좋은 미래가 펼쳐질 거라고 학교에선 주입하는데 어떤 친구들은 그것과 상관없이 신분 때문에 기회를 놓친다는 게 안타깝게 다가왔다."

부모를 따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정착한 그는 고교 졸업 후 뉴욕에서 생활했다.유니세프에서 무급 인턴으로 일을 시작했고,현재는 한국에 머물며 국제기구 관련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생활을 위해 번역과 영어 과외,도보 관광 안내 등 여러 일을 병행하기도 했다.최 작가는 일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디아스포라적 삶이었지만,마이크로게임 슬롯국제기구에서 일한다는 건 미국 정책에 크게 영향 받지 않는 느낌도 있었다.국경을 초월한 일터였기에 한국인이면서 코리안 아메리칸이기도 하고,세계 시민이기도 한 느낌이랄까.첫 직장이기도 했기에 20대에 사활을 걸고 일했던 것 같다.고교 시절의 경험과 더불어 난민들,특히 아동 난민들을 조사하고 관련 정책을 연구했던 일이 어우러져 지금의 소설이 나온 게 아닐까 뒤늦게 생각해봤다.

사실 글 자체는 빨리 써졌다.'기꼬만 간장 냄새는 한번 옷에 배어들면 도무지 사그라들 줄을 몰랐다'라는 첫 문장이 떠오르고 나서는 술술 쓰였다.제 실제 경험이기도 하고,좋고 나쁨을 떠나 냄새를 어떤 이미지와 연결하는 습관이 있기도 하다.선천적으로 청각이 좋지 않아 후각이 발달한 것 같기도 하다.어렸을 땐 모든 사람들이 한쪽 귀만 들리는 줄 알았거든.양쪽 귀가 다 들린다는 말에 세상이 날 속였다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웃음)."

두 이름 사이의 정체성

▲  "전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선함을 실천하려 노력한다고 믿는다." ⓒ 이선필
영이 증명하려던 것은 부모의 소득뿐이었을까.이 질문에 최 작가는 잠시 생각한 뒤 답했다.

"영은 자신의 삶을,문서로는 표현되지 않는 생활을 증명하려고 했다.삶이란 결국 시간의 흐름,경험 등 작은 것들의 총합이지 않나.일터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세 번 갈아타는 아빠,고객의 손톱을 다듬느라 맨날 손목 통증을 달고 사는 엄마.이런 게 다 삶의 장면들이잖나.그런 삶의 생동성을 남들에게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미스 챈들러도 악인이 아니다.심사평에서도 어떤 분이 그러셨더라.악인을 단순히 악하게 표현하지 않아서 좋았다고.(신형철 문학평론가의)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자신은 복잡하게 좋은 사람이다'라는 표현이 있다.전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선함을 실천하려 노력한다고 믿는다.좀 나이브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하다못해 복수라도 어떤 이유를 찾는 것도 그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최 작가에게 '증명'은 작품 밖에서도 이어지는 질문이었다.그는 최근 사진작가이자 영화감독 니키 리가 운영하는 기획사 비트닉에 입사했다.배우 유태오와 오규희가 소속된 곳이다.국제기구에서 일해온 그가 새로운 일터에서 찾으려는 자신의 모습은 무엇인지 물었다.

"니키 리 대표님과는 한 독서모임에서 만났다.회사에서 매거진을 만들 예정인데 함께 해보자고 제안해주셨다.저는 없던 것에서 뭔가 만들어 내는 걸 좋아한다.마침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선명하게 정의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그게 작가든 어떤 형태든,오토맨누구에게 소개할 때 제가 어떤 사람인지 명확하게 말하고 싶달까.

사실 한국에 온 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뉴욕의 집값이 너무 올라서기도 했다.본래 재택근무이기도 해서 어디에서 일하든 큰 관계가 없던 때였다.근데 어느 순간 출퇴근이 없다 보니 무엇을 위해,인터넷 카지노 사이트 베스트 온라인 카지노추천어디를 향해 가는지 목적의식도 흐려지더라.그러다 니키 리 대표님을 만난 거다.연예 매니지먼트라는 것을 떠나 전 사람을 보고 지원했다.감사하게도 기회를 주셨다(웃음)."

이후 소설이든 각본의 형태든 그는 꾸준히 자신의 글을 쓰고 싶다는 소망도 내비쳤다.유니 초이라는 영어 이름,그리고 한글 이름 최윤희라는 정체성 사이에서 열심히 방황하며 답을 찾아내겠다는 다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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