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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를 건드린 예술,그 불편함이 필요한 이유미국의 영화감독 마틴 스코세이지의 1988년작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은 개봉 당시 거센 신성 모독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그리스의 작가 니코스 카잔자키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예수를 초월적 존재로 그리지 않는다.그는 끊임없이 두려워하고 망설이며 자신의 소명을 의심한다.

영화보다 먼저 논란의 중심에 섰던 것은 카잔자키스의 원작 소설이었다.소설은 예수를 신성을 가진 존재이면서 동시에 공포와 의심,육체의 욕망과 평범한 삶에 대한 갈망을 느끼는 인간으로 묘사했다.가톨릭교회는 1954년 이 작품을 금서 목록에 올렸다.그리스 정교회도 복음과 그리스도의 신성을 모독한다며 신자들에게 이 책을 읽지 말라고 권고하고 카잔자키스에 대한 파문을 추진하기도 했다.

카잔자키스의 문제 의식은 예수의 신성 자체라기보다 신성과 인간성 사이의 갈등이었다.십자가 위에서 예수가 보는 평범한 인간의 삶은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순간적인 환상이다.카잔자키스에게 '마지막 유혹'은 성욕 하나가 아니라 십자가를 포기하고 한 인간으로 살아남고 싶은 욕망이었다.

▲ 영화 <예수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포스터 그리스 소설가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1953년에 집필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1988년 마틴 스코세이지가 감독한 영화 ⓒ 유니버설 픽처스
영화 역시 그 갈등을 따라간다.예수는 자신에게 들려오는 신의 목소리를 두려워하고 자신에게 어떤 운명이 주어졌는지 알지 못한 채 방황한다.광야에서의 고행을 거치면서 자신의 소명을 받아들이기 시작하고 사람들에게 사랑을 설교하다가,결국 자신이 희생돼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가롯 유다도 단순한 배신자로 그려지지 않는다.처음에는 로마에 맞서 싸울 정치적 메시아를 기대하지만,나중에는 예수의 부탁을 받아 그가 십자가의 운명을 완성하도록 배신자의 역할을 맡는다.

논란의 절정은 예수가 사랑하는 막달라 마리아와 가정을 이루고 늙어가는 장면이다.그러나 실제 사건이 아니라 죽음을 앞둔 예수에게 사탄이 보여준 마지막 유혹이다.예수는 결국 유혹을 거부하고 십자가의 현실로 돌아온다.

이 영화를 단지 '예수의 결혼'에 초점을 맞추면 핵심을 놓친다.인간처럼 사랑하고 두려워하며 죽음을 피하고 싶은 존재가 그 모든 욕망을 넘어 십자가의 고난을 선택한다면 그 희생은 무엇을 의미하는가.예수를 인간화함으로써 오히려 십자가의 무게를 키운 것이다.그러나 반발은 비평을 넘어섰다.

미국에서는 개봉을 전후해 거센 반대 운동이 벌어졌다.개봉 전날 경찰 추산 2만 5천 명이 제작사인 유니버설 스튜디오 앞에 모여 항의했다.보수 기독교 단체들은 관람 거부를 촉구했고,일부 극장들은 상영을 중단했다.작품에 대한 비판을 넘어 영화의 유통과 관람을 막으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진 것이다.

개봉 당일에도 뉴욕과 워싱턴 등의 상영관 앞에서 피켓 시위가 벌어졌다.뉴욕에서는 항의 인파가 약 1천 5백 명에 달했으며,상영관에는 경찰과 추가 경비 인력이 배치됐다.동시에 영화를 보려는 관객들도 길게 줄을 섰다.작품을 신성모독으로 여긴 이들의 항의와 직접 보고 판단하려는 관객들의 선택이 극장 앞에서 맞부딪친 것이다.

또 하나의 종교적 금기를 건드린 대표작은 테런스 맥낼리의 연극 <코퍼스 크리스티(Corpus Christi)>다.1998년 뉴욕 맨해튼 시어터 클럽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예수에 해당하는 '조슈아'와 제자들을 현대 미국의 게이 남성들로 옮겨놓았다.폭파 협박이 이어졌고,제작사는 안전 문제로 공연을 한때 취소했다가 예술계의 거센 반발이 일자 다시 공연을 결정했다.

실제 공연장에는 경찰과 사설 경비가 배치될 정도로 긴장이 높았다.2012년 그리스 아테네의 극장 공연에서도 극우 정당과 종교 단체의 격렬한 시위로 상연이 중단되었고,제작진과 배우들이 종교 모독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질문할 수 없는 진실은 진실이라기보다 금기

최근 개봉한 허진호 감독의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국립중앙극장에서 문세광이 박정희 대통령을 저격하려다 육영수 여사가 숨진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당시 한국 수사 당국은 문세광이 북한과 조총련의 지령을 받아 범행했다고 결론 내렸고 그는 그해 12월 20일 사형됐다.

▲ 영화 암살자들 포스터 허진호 감독이 1974년 8월 15일에 발생한 박정희 대통령 저격 미수 사건과 동아일보 광고탄압사건을 모티브로 연출한 작품이다.ⓒ 하이브미디어코프
그러나 당시부터 한국 정부의 설명과 일본·미국 측 판단 사이에는 간극이 있었다.일본 경찰 특별수사팀은 같은 해 12월 말 수사를 마치면서 문세광의 단독 행동에 무게를 두었으며,북한이나 조총련이 사건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공개된 미 국무부 기밀 해제 문서에 따르면,주한 미국대사관 역시 그해 9월 본국에 보낸 전문에서 북한 또는 조총련의 직접적인 지령을 받았다는 한국 정부 발표를 독자적으로 확인할 증거가 없다고 보고했다.

미국 측은 동시에 박정희 정권이 이 사건을 계기로 일본에 조총련 규제와 적극적인 수사 협조를 요구하며 강한 압박을 가하는 상황도 주시했다.사건은 진상 규명을 넘어 한일 관계와 국내 반공 정치가 얽힌 외교·정치적 쟁점으로 빠르게 확대됐다.

물론 이 기록이 박정희 정권이나 중앙정보부의 개입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현재까지 이를 증명하는 결정적 자료도 확인되지 않았다.다만 사건을 둘러싼 의문 자체가 영화가 뒤늦게 만들어낸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암살자(들)>은 바로 그 틈을 파고든다.경찰과 기자라는 허구의 인물을 통해 공식 기록과 남은 의문 사이를 추적한다.영화는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뿐 아니라 유신체제 아래 언론 통제와 정보기관의 사찰,반대세력 탄압이 이어지던 시대상도 함께 비춘다.

진실을 좇는 경찰과 기자는 수사와 취재 과정에서 권력의 압박과 정보 차단에 맞닥뜨리며 사건의 실체에 접근한다.영화가 묻는 것은 누가 방아쇠를 당겼느냐만이 아니다.권력이 정보를 독점하는 시대에 무엇이 사실로 기록되고,무엇이 사라지며,온라인 슬롯 조작누가 그 경계를 결정하는가를 묻는다.

영화는 판결문도 연구논문도 아니다.확인된 사실을 고의로 왜곡해 사실인 것처럼 제시해서는 안 되지만,공식 기록에 남은 공백을 상상하고 질문할 자유까지 포기할 이유는 없다.'공식 기록을 부정하는 것'과 '공식 기록에 질문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코퍼스 크리스티>,<암살자(들)>은 소재도 시대도 다르다.그러나 세 작품은 사회가 '여기만큼은 건드리지 말라'고 선을 그은 곳으로 들어간다는 점에서 만난다.종교는 신성함을 이유로,썬라이즈 카지노국가나 사회는 권위와 공식 기록을 이유로 어떤 질문을 불온하거나 모욕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다.그러나 그런 영역일수록 예술의 질문은 필요하다.

금기는 표현 하나를 막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시간이 흐르면 무엇을 물어서는 안 되는지까지 사람들에게 학습시킨다.그래서 예술의 역할은 반드시 금기를 파괴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그 금기 때문에 사라졌던 질문을 다시 공론의 장으로 불러오는 데 있다.

여기서 중요한 기준은 불쾌함이 아니다.작품이 거슬리고 모욕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사실과 그 작품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은 별개의 문제다.마찬가지로 영화가 하나의 가설을 제시했다는 사실과 그것이 역사적 진실이라는 주장은 구별해야 한다.

예술의 자유는 사실을 마음대로 바꿀 자유가 아니다.그러나 이미 확정됐다고 여겨지는 믿음과 기록을 다시 묻는 자유는 포함한다.상상을 사실로 속이지 않는 한 질문을 금지해서도 안 된다.

질문할 수 없는 진실은 진실이라기보다 금기에 가까워진다.예술은 바로 그 금기의 문을 열어 다시 질문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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