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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떠난 여수 낭도 산책길에서 마주한 아득한 세월의 흔적한글날(9일)을 맞아 아내와 함께 오후에 여수 낭도로 산책하러 갔습니다.늘 붐비던 입구 쪽이 한산해 웬일인가 했더니,선착장부터 외지에서 온 차들이 줄지어 있었고 관광객도 많았습니다.
낭도에 가면 늘 들르곤 하던 장사금 해수욕장 앞에 가니 어느새 큰 카페가 들어서 본디 수려했던 경관을 크게 해쳤습니다.우리는 그곳에 들르지 않고 사도가 바라다보이는 주차장으로 곧장 갔습니다.거기서부터 낭도 등대까지는 산책로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낭도 등대에 조금 못 미쳐 해변으로 내려가는 오솔길이 있습니다.그 길을 따라 내려갔더니 간조 때라 바닷물이 100m 이상 뒤로 물러나 있었습니다.고운 모래밭을 천천히 걸어 등대에까지 닿았습니다.낭도 등대는 그동안 멀리서 보기만 했는데 직접 가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무인 등대라 사람이 들어갈 수는 없었습니다.
등대 주변에는 갯바위가 넓게 펼쳐져 있었습니다.천연 홍합과 따개비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을 살펴보다가 문득 낭도에도 공룡 발자국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떠올랐습니다.이번 기회에 공룡 발자국을 찾아보아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그때부터 편편한 갯바위들을 쏘다니며 공룡 발자국 흔적을 찾아보았습니다.하지만 아무리 찾아보아도 공룡 발자국이 틀림없다고 할 만한 흔적을 발견하기 어려웠습니다.
허탈한 심정으로 주차장까지 돌아왔습니다.그곳에 있는 낭도 관광 안내판을 살펴보니 등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공룡 발자국이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아뿔싸!조금만 더 올라가면 찾을 수 있었을 텐데……."
너무 아쉬워 다시 되짚어 가보자고 아내에게 제안했더니,에이전트 토토 먹튀힘들어서 안 되겠다며 혼자 다녀오라고 합니다.
혼자서 다시 등대까지 가서 앞서 살피지 못한 방향으로 한참 나아갔지만 공룡 발자국은 보이지 않았습니다.분명 어딘가에 있을 텐데 도대체 어느 지점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천선대 방향으로 널찍한 갯바위들이 펼쳐져 있어 틀림없이 그곳 어디쯤 공룡 발자국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그래서 용기를 내어 조금만 더 가보기로 했습니다.
공룡 발자국 보니 탄성이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발밑에 발가락 세 개가 뚜렷하게 찍힌 자국이 곳곳에 나 있었습니다.
"드디어 찾았구나!공룡 발자국!"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발자국의 형태로 검색해 찾아보니 수각류 공룡(Theropoda)의 발자국처럼 보였습니다.수각류 공룡은 주로 두 뒷다리로 걷는 공룡 집단으로,대부분 육식성이었다고 합니다.그 유명한 티라노사우루스와 벨로키랍토르가 대표적인 수각류 공룡입니다.오늘날의 새들도 바로 이 공룡 집단에서 진화하여 생겨났다고 합니다.
수각류 공룡은 약 2억 3천만 년 전인 트라이아스기 후기에 등장해 오랜 세월 지구에서 번성했습니다.약 6,600만 년 전 백악기 말 대멸종 때 비조류 공룡은 사라졌지만,새로 이어지는 계통은 살아남았습니다.공룡의 역사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길었습니다.
1만 년만 해도 아득한 세월인데,1억 6천만 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공룡들이 지구 곳곳에 흩어져 살았다니 상상조차 하기 어렵습니다.낭도의 공룡 발자국은 중생대 백악기 퇴적층에서 발견됩니다.따라서 이곳을 거닐던 공룡은 지금부터 약 1억 년 전후에 살았을 것이라고 합니다.고작해야 100여 년을 사는 인간이 1억 년 전 생명체의 발자국을 직접 마주하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 긴 세월 지구를 누볐던 공룡 가운데 상당수가 수십 년 안팎의 수명을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입니다.물론 공룡마다 수명은 달랐을 것입니다.이곳 낭도 해변을 걸어간 공룡은 까마득한 훗날 자신의 발자국이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고 연구 대상이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물론 이 발자국이 지금까지 처음 찍힌 모습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공룡이 진흙이나 모래 위에 발자국을 남기면 그 위로 모래와 자갈 등 여러 퇴적물이 쌓여 흔적을 덮습니다.오랜 세월 퇴적물이 굳어 암석이 되고,이후 풍화와 침식으로 위쪽 지층이 깎여 나가면서 묻혀 있던 발자국이 다시 모습을 드러냅니다.낭도의 공룡 발자국도 이런 긴 지질학적 과정을 거쳐 우리 앞에 나타난 것입니다.
이대로 두면 또다시 기나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자연의 풍화와 침식으로 발자국이 지워질 수도 있겠지요.지금은 우리 눈앞에 선명하게 드러나 있지만,이 흔적도 영원히 남아 있지는 못할 것입니다.
여수 낭도와 사도,추도 주변에는 공룡 발자국이 많이 흩어져 있다고 합니다.이곳은 그 옛날 공룡들이 널리 서식하던 공간이었습니다.그렇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환경이 펼쳐졌겠지요.당시 백악기 이곳의 지형과 기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공룡들은 어떤 풍경 속에서 살았을까요?
또한 그 기나긴 시간 동안 이곳의 지형과 환경은 얼마나 많이 변했을지 궁금합니다.혹시 또다시 오랜 세월이 흐르면 우리 삶의 자취를 미지의 또 다른 생명체가 찾아내고 연구하게 될까요?우리가 남긴 흔적을 보며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지는 알 수 없습니다.하지만 분명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도 언젠가는 과거가 될 것입니다.모든 흔적이 영원히 남을 수는 없겠지만,그렇다고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살 수는 없습니다.설령 먼 훗날 누군가 우리 삶의 자취를 찾아내지 못하더라도,좋은 흔적을 남기고자 노력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겨자씨신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