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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구의 게임이론으로 읽는 세상]
역사상 금융 위기서 드러난
정부를 향한‘믿음의 함정’
이웃집토토로 다시보기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파산보호 신청을 한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의 뉴욕 본사 앞에서 한 시민이 '다음은 누구인가?(WHO WILL BE NEXT)'라는 문구를 들어 보이며 시위를 벌이고" style="text-align: center;"> 1997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에 불어닥친 IMF 금융위기와 2008년 세계를 흔들었던 미국의 금융위기에는 공통점이 있다.바로 정부에 대한 믿음이다.
지금 돌아보면 1997년 이전의 한국 경제는 고도의 성장은 이루었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었다.이미 많은 빚을 지고 있었던 한국 기업들에 은행들은 별다른 심사도 없이 쉽게 돈을 빌려주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투자자들도 이런 상황을 몰랐을 리 없다.그렇다면 어째서 투자자들은 이렇게 위태로운 한국 기업에 투자하고 부실한 한국 은행에 예금했던 것일까?그 이유는 한국의 기업과 은행 뒤에는 한국 정부가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놀라운 경제성장을 단기간에 이루어 낸 유능한 한국의 정부가 기업과 은행이 망하도록 놓아둘 리가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그래서 한국의 기업들이 아무리 위험한 사업에 뛰어들어도 한국의 은행들은 심사도 없이 기업들에 대출을 해주었으며,국민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전 재산을 그런 은행에 넣어버렸다.
하지만 한국은 1997년 해외에 진 빚을 갚지 못할 위기에 처해 국가 채무불이행 직전까지 몰리게 된다.정부가 더 이상 뒷감당을 해 주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부실한 기업과 은행들은 바로 파산하게 된다.
투자자들은 늘 100% 안전한 투자처를 찾는다.피땀 흘려서 번 자신의 돈을 위험한 곳에 넣고 싶은 사람은 없다.그런 투자자들이 가장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은 정부가 보장하는 곳들이다.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공무원이 되려고 하거나 공공기관에 취업하려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그런데 이 세상에 100% 안전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심지어 대한민국 정부도 100%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1997년에 드러난 것이다.
그러면 아시아의 IMF 위기 이후 세계의 투자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됐을까?우선 자기 나라의 정부가 완벽하게 자국의 경제를 지켜줄 것이라는 신뢰가 무너지면서 더 안전하고 확실한 것을 찾게 됐다.당연히 그 해답은 미국 정부와 미국 금융기관들이었다.세계 최강의 경제 대국 미국이라면 자신의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해 줄 것이라는 믿음에서 아시아와 유럽의 투자자들은 자신의 재산을 미국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산업은 항상 신기술이 개발되고 이에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IMF 위기 이후 전 세계에서 미국에 흘러들어 간 돈의 규모는 전례가 없는 수준이었다.갑자기 미국의 은행들에 주체할 수 없는 수준의 예금이 들어온 것이다.은행이라면 당연히 돈을 빌려줄 때 회수 가능성을 따져서 대출을 해줘야 한다.하지만 그런 우량 기업의 숫자는 제한적인데 당시 미국에 모인 돈은 우량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액수를 훨씬 넘는 규모였다.
그러자 월스트리트의 똑똑한 금융가들은 신용이 낮은 사람들에게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을 내주기 시작했다.그러고는 새로운 수학을 사용해서 그 위험한 대출을 안전한 금융상품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넘치는 투자금을 모두 흡수할 수 있는 이 새로운 상품이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담보부 증권이었다.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실제론 생각만큼 안전하지 못했고,그 결과 미국 은행들은 2008년도에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돼 미국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것이다.특히 리먼 브러더스와 같은 큰 은행들은 반드시 미국 정부가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이 깨지면서 월스트리트의 많은 금융기관들이 도산 위기에 처했다.미국 정부도 100%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경제에는 믿음이 필요하다.정부,기업,금융기관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경제는 성장할 수 없다.믿음이 없다면 자신의 돈을 투자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고 결국 돈이 없으면 경제가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믿음이 지나치면 반대로 큰 위기를 불러오게 된다.타이타닉호 침몰 당시 탑승 인원은 2000명이 넘었지만 구명보트의 최대 탑승 인원은 1000명 내외였다.그래서 인명 피해가 그토록 컸던 것이다.아마 타이타닉호가 가라앉지 않는다고 믿었기에 구명보트 자체가 필요하지 않다고 느꼈을 것이므로 충분한 구명보트를 설치하지 않았을 것이다.자연과학과 공학이 놀랍게 발전하면서 인류는 자연을 정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퍼지고 있던 1912년 진수된 타이타닉호는 절대로 가라앉지 않게 설계됐다는 믿음을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었다.당연히 필요도 없는 구명보트를 승객의 숫자만큼 준비할 필요도 없었으며,빙산과 충돌해도 배가 가라앉지 않을 것이므로 빙산이 출몰하는 바다에서도 전속력으로 빠르게 항해했던 것이다.이 모든 부주의한 행동들이 발생한 것은 타이타닉호가 가라앉지 않는 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 가라앉지 않는 배는 절대로 존재할 수 없으며,100% 안전한 금융기관이나 정부도 절대 존재할 수 없다.셰익스피어의 작품‘햄릿’에 “두려움이 가장 안전한 것이다(Best safety lies in fear)”라는 대사가 있다.어떤 존재를 믿고 자신을 맡기는 순간 위기는 시작된다.반대로 아무도 믿지 않고 의심의 눈초리로 관찰하고 판단한다면 오히려 위기를 피할 수 있다.
반면 모든 정치인은 국민들에게 두려움을 없애 주고 확신을 주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나만 믿으세요.제가 책임지겠습니다”라고 말하면 정말 멋지게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이 불확실한 세상에서 나의 행복까지 책임져 주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정말 매력적일 것이다.그래서인지 정치인들은 모든 국민들이 서울의 좋은 아파트를 소유하게 해 줄 것이고,모든 국민들이 자녀를 명문대학에 보낼 수 있게 해 줄 것이며,모든 국민들의 병을 무료로 고쳐줄 수 있다고 약속하곤 한다.
하지만 경제학적으로 이런 일들은 불가능하다.경제학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아직 빈곤조차 완전히 퇴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 국민에게 서울 아파트,명문대 진학,마메 슬롯머신 롬무상 치료 등 많은 선물을 통해서 행복을 보장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무지하고 무모한 발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이런 비현실적인 정치인의 약속을 믿었다가 피해를 입는다면 그 국민들은 그런 정치인과 정부를 믿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타이타닉호 사례에서 보듯,안전을 호언장담했던 사람이 정작 위기가 닥쳤을 때 당신을 구해주리라고 마냥 기대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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