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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원 비만치료제 구입‘꼼수’
직장인 박모(37)씨는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27일 밤 체중계에 올라섰다.박씨는 지난해 12월부터 비만 치료제‘마운자로’를 맞으며 90㎏이던 몸무게를 연휴 직전 77㎏까지 줄였다.그런데 연휴 내내 기름진 명절 음식을 먹으면서 얼굴에 살이 오르고 배가 더부룩해진 게 느껴졌는데,슬롯 공배팅이란추석을 쇠고 나니 80㎏으로 불어 있었다.
박씨는 곧바로 다음 달 일본행 비행기표를 끊었다.마운자로를 구하기 위해서다.한 달 치 마운자로 2.5㎎ 가격은 한국에서 30만원 안팎이다.하지만 박씨는 전에 일본에서 7만원대에 구입했다고 한다.박씨는 “지난해부터 일본에서 3개월 치씩 마운자로를 사 왔다”고 했다.
박씨처럼 일본에서 들여오는 마운자로는 소셜미디어(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스시자로’(스시+마운자로)라 불린다.일본 여행길에 마운자로를 사 오는 사람이 늘면서 생긴 신조어다.하지만 일본 의료기관에서 정식으로 처방받았더라도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 없이 마운자로를 한국으로 들여오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식약처는 전문 의약품인 마운자로를 오남용 우려가 있는 의약품으로 관리하고 있다.식약처 승인 없이 마운자로를 들여오는 건 관세법상 밀수입죄에 해당돼 5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런데도 해외에서 마운자로 등 비만 치료제를 들여오다 적발된 사례는 올해 들어 급증했다.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비만 치료제 밀반입 적발 건수는 5030건으로,저지아이즈 마작 공략8개월 만에 지난해 전체 적발 건수(1189건)의 4배를 넘어섰다.
처벌 위험을 감수하고 마운자로 등 비만 치료제를 밀반입하는 이유는 가격 차이 때문이다.한국에서 마운자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약품이라 환자가 비용 전액을 부담한다.반면 일본에서는 마운자로가 당뇨병 치료제로 분류돼 정부가 정한 약가를 기준으로 유통된다.이 때문에 한국에서 파는 마운자로와 성분이 같은 일명 스시자로는 한국 마운자로 가격의 3분의 1도 안 한다.
일반인이 스시자로를 구하기도 어렵지 않다.한국에서 출국하기 전에 비대면으로 마운자로를 처방하는 일본 의료 기관에서 화상 진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미리 처방을 받아두고 일본에 도착한 뒤 호텔 등 숙소로 마운자로를 배송받을 수도 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스시자로 세관 단속을 피하는 법’이나‘밀반입 성공 경험담’이 공유되고 있다.세관 검사의 허점을 노려 마운자로를 들여오는 각종‘꼼수’도 소개된다‘X레이 검사를 거치는 위탁 수하물이 아닌 기내용 개인 배낭에 마운자로를 숨겨 들여오라’거나’100mL 액체류 규정에 걸리지 않게 보랭팩 용량을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다.
스시자로를 국내로 들여오다 적발되더라도 실제 형사처벌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도 밀반입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관세법상 밀수입죄는 통상 사업자를 대상으로 해 개인에게 적용하기 쉽지 않다.개인에게 밀수입죄를 적용하려면 상습적이거나 고의적으로 밀반입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관세청 관계자는 “마운자로 밀반입을 적발해도 당사자가‘신고해야 하는지 몰랐다’고 주장할 경우 현장에서 폐기 처분하는 데 그친다”고 했다.마운자로는 의약품이어서 식약처 승인을 받지 않고 해외에서 들여올 경우 약사법에 따른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그러나 이것도 판매 목적으로 반입한 경우에 적용돼 직접 투약할 목적으로 들여온 경우엔 약사법으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한다.
의료계에서는 마운자로를 국내로 반입하는 과정에서 성분이 변질될 수 있다고 말한다.마운자로는 섭씨 2~8도에서 냉장 보관해야 하는 펩타이드(단백질) 주사제다.여행 가방 등에 넣어 장시간 적정 온도를 벗어난 상태로 운반하면 단백질이 변성돼 약효가 떨어지거나 면역 이상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여러 달 치 약을 한꺼번에 구입해 투약하는 것도 문제다.곽수헌 서울대 의대 내과 교수는 “마운자로는 전문 의약품인 만큼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투약 경과를 살펴야 한다”며 “의사 관리 없이 대량으로 구입한 약물을 임의로 투여할 경우 췌장염이나 저혈당 쇼크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한국도 국민 건강을 위해 필요하다면 마운자로에 보험을 적용해 가격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