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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여행 매체서‘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 1위’선정된 비결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순라길이 외국인 관광객과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종묘 돌담을 바라보며 쉬는 사람도 있다./임지훈 기자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순라길이 외국인 관광객과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종묘 돌담을 바라보며 쉬는 사람도 있다./임지훈 기자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익선동 한옥 거리.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골목길은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으로 붐볐다.튀르키예에서 온 오야 에루(45)씨는 “강남이나 명동과 달리 오래된 한옥과 북적이는 골목에서 진짜 한국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영국에서 왔다는 메건(33)씨는 “이번이 두 번째 서울 방문인데 일부러 종로3가에 숙소를 잡았다”고 했다.여기서 몇 분만 걸어가면 종묘 돌담을 따라 카페와 공방이 늘어선 서순라길이 나온다.골목을 돌아 종로3가역 쪽으로 향하면 포장마차가 길게 늘어서 있다.관광객들은 “골목을 하나 돌 때마다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져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마치 골목길 파노라마 같다”고 했다.


영국의 여행 매체‘타임아웃’은 지난달 익선동 등 종로3가를‘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1위로 선정했다.한국 동네가 1위를 차지한 건 처음이다.종로3가는 2021년에도 3위에 올랐다.타임아웃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동네 중 하나가 기존의 특색을 잃지 않으면서 새로운 활력을 얻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하철 종로3가역의 연간 승하차 인원은 2022년 3284만5495명에서 지난해 3799만1357명으로 15.7% 증가했다.같은 기간 외국인은 4만5487명에서 20만4543명으로 4.5배 늘었다.서울시에 따르면 익선동과 서순라길 일대의 외국인 카드 소비액(시계·귀금속 업종 제외)도 2022년 상반기 20억9400만원에서 올 상반기 392억7100만원으로 19배 증가했다.

종묘 돌담을 바라보며 쉬는 사람도 있다.11일 밤 종로3가역 근처 포장마차 거리에는‘야장’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몰렸다./박성원 기자
종묘 돌담을 바라보며 쉬는 사람도 있다.11일 밤 종로3가역 근처 포장마차 거리에는‘야장’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몰렸다./박성원 기자

탑골공원과 낙원상가가 있는 종로3가 일대는 예전부터 노년층이 즐겨 찾는 곳이다‘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한 고(故) 송해의 이름을 딴‘송해길’도 있다.요즘은 젊은 층도 많다.서울시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 종로3가 일대 상권을 오간 유동인구의 41.1%가 20·30대였다.



서울 도심의 낡은 골목은 어떻게 세계적인 명소가 됐을까.익선동은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말 부동산 개발업자 정세권이 조성한 도시형 한옥 마을이다.10~30평짜리 작은 한옥이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다닥다닥 들어섰다.2004년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됐다.한옥을 철거하고 14층짜리 주상복합을 짓는 계획이었다.그러나 주민 간 갈등으로 사업은 지지부진했다.오세훈 서울시장은 2008년‘서울한옥선언’을 발표하고 종로구 북촌 중심이던 한옥 보전·지원 정책을 서울 전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2014년 재개발추진위원회가 해산했고 2018년에는 재개발 구역 지정이 풀렸다.서울시는 같은 해 익선동을‘한옥 밀집 지역’으로 지정하고 건물 높이를 최고 1~5층으로 제한했다.프랜차이즈 매장이 들어오는 것도 막았다.

재개발이 10년 넘게 표류하는 사이 낡은 동네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2014년쯤부터 청년 창업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이들은 한옥을 고쳐 카페와 음식점을 열었다.지하철 1·3·5호선이 지나는 서울 도심의‘트리플 역세권’이었지만 임대료가 주변보다 쌌다.기와 지붕과 나무 기둥 등이 가게의 개성이 됐다.최근에는 한국적인 분위기를 경험하려는 외국인 관광객까지 몰리면서 상권이 더 활기를 띠고 있다.곽명희 서울시 한옥건축자산과장은 “한옥과 옛 골목이 청년과 외국인을 끌어들이고 새로운 상권을 만드는 자산이 됐다”고 했다.익선동에서 1㎞ 떨어진 청진동 피맛골이 재개발로 고층 빌딩 숲이 된 것과 대조적이다.


서순라길은 자동차보다 사람이 걷기 좋은 길로 바뀌면서 명소가 됐다.서울시는 2018~2020년 서순라길과 돈화문로 등 도로 1.9㎞를 정비했다.서순라길은 차도를 줄이고 보도 폭을 1.5m에서 3m로 넓혔다.종묘 돌담과 어울리도록 바닥에 돌을 깔고 나무를 심었다.불법 주정차 차량 때문에 걷기 불편했던 길이 산책 명소가 됐다.이 길을 따라 카페와 바,에볼루션 카지노 에이전시공방 등이 들어섰다.사람들은 야외 테이블에 앉아 종묘 돌담을 바라보며 커피나 맥주를 즐긴다.4년 전 문을 연‘아원공방’직원은 “개업 초기보다 주말 손님이 6~7배 늘었다”고 했다.

종로3가역 주변 포장마차 거리도 인파가 몰려 안전 문제가 불거지자 보행 환경을 손봤다.종로구는 2024년 차로를 2차로에서 1차로로 줄이고 보행로를 넓혔다.


끊어졌던 역사 공간도 다시 이었다.종묘와 창경궁은 일제가 1932년 율곡로를 내면서 갈라졌다.서울시는 2011년부터 율곡로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약 8000㎡ 녹지를 조성했다.2022년에는 복원한 궁궐 담장을 따라 산책로인‘궁궐담장길’을 개방했다.90년 만에 두 곳이 이어진 것이다.

종로구 관계자는 “오래된 한옥에서 차를 마시고 종묘 돌담길과 궁궐 주변을 산책한 뒤 포장마차 거리에서 저녁을 먹는 관광객이 많다”며 “옛 골목과 역사 유적,슈가 러쉬 슬롯새로운 상권을 걸어서 즐길 수 있는 게 종로3가의 매력”이라고 했다.서순라길에서 만난 태국 관광객 다우니(36)씨도 “궁궐과 서순라길을 둘러보고 종로3가 포장마차 거리와 광장시장까지 가볼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인기가 높아지면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종로3가에서 27년간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는 조모(65)씨는 “10평짜리 가게 월세가 이미 400만원 수준인데 앞으로 2년마다 5%씩 올리겠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임대료를 버티지 못해 가게를 접는 상인도 있다”고 했다.관광객이 몰리면서 소음과 쓰레기 문제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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